113.내가 니 시다바리가?
[[제1526호] 2016년 11월 26일]
요새는 맞벌이 부부가 대세다. 그런 맞벌이 부부가 말다툼을 하게 됐다.
“그렇게 힘들면 회사 때려치우고 집에서 살림이나 해. 그깟 벌면 몇 푼이나 번다고 매일같이 이런 식으로 살아야 해!”
“뭐? 그깟 몇 푼?” 그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같이 소리를 질렀다. “내가 왜 아이를 안 낳으려고 하는 줄 알아? 자기가 버는 돈 가지고는 유모차 하나도 못 산다고. 돈을 많이 벌어다 주는 것도 아니면서 집안일이라도 좀 도와야 하는 거 아냐?”
이들은 분명 그날의 일을 후회한다. 남편에게 사과하고 싶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할 것 같다면 상담을 청해 왔다.
결혼 생활의 위기는 ‘마음이 변하고 사랑이 변해서’가 아니다. 결혼은 현실이다. 함부로 내뱉는 말 한마디나 아무렇게나 벗어 팽개친 양말 한 짝 때문에 싸우다 깨지는 게 결혼이다.
부부의 역할은 끊임없이 달라지고 있다. 50년 전의 문화와 지금의 문화가 다르다. 전에는 남자의 주된 역할이 밖에 나가 돈을 벌어 와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것이었다. 여자는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고 아이 낳아 잘 키우는 것이 전부였다. 바깥양반과 집사람이라는 표현은 여기서 유래된 말이다. 서로의 영역을 나누어 살았다. 영역이 다르니 서로 부딪칠 일도 적었다.
그러나 지금은 가정 문화가 바뀌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결혼 상대자로 일하는 여자를 꼽는다. 능력 있게 일하는 직업여성이 신붓감 1순위다. 직장에 나가 사회적으로 능력을 발휘하는 아내를 선호한다. 경제적으로 가정에 보탬이 되는 장점은 거론할 필요도 없다. 그러면서도 그 능력은 집안 살림에도 슈퍼우먼처럼 발휘되기를 바란다. 바깥일을 일대로 하되 ‘집사람’ 역할도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둑놈 심보와 똑같다.
부부는 사다리와 같다. 두 사람이 균형을 잘 잡아야 건강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 한쪽이 지나치게 기울거나 기대면 다른 한쪽은 몹시 피곤해진다. 사다리가 똑바로 서 있어야 자녀들도 건강하게 오르내린다. 사다리가 한쪽으로 기울면 반드시 갈등이 생겨난다.
맞벌이 부부가 가사 분담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다. 그것이 부부간의 신뢰가 깨지고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든다. 아내 쪽은 돈을 함께 버는 만큼 집안일을 공평히 나누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편들의 머릿속에는 집안일은 어디까지나 아내 일이라는 의식에 매몰되어 있다. 아내가 힘들고 바쁘면 도와줄 수는 있지만 자신의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에 남녀 간의 괴리가 생긴다.
가사 분담은 때에 따라서 하는 일이 아니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상대방을 도와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해야 한다.
맞벌이 부부는 말할 것도 없다. 전업주부도 마찬가지다. 가사 일은 전적으로 아내 책임이라는 남편의 의식에서 벗어나라. 그러다가는 어느 순간 아내는 외칠 수 있다.
“내가 니 시다바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