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 중년기 부부대화와 소통 – 3) 아내가 요구하면 나는 항상 Okey
[[제1544호] 2017년 4월 8일]
부부간의 대화가 어려운 이유는 남녀의 대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자는 감정 확대형의 공감의 대화법을 사용한다.
과정을 말하며 감정을 공유하길 원한다. 들어달라는 것이다.
공감해주고 맞장구쳐 달라는 것이다.
따라서 “속상하겠구나” “그랬구나”라는 공감의 말만 하면 된다.
반면, 남자는 결론 도출형의 축소 대화법을 사용한다.
남자는 아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우자의 이야기를 다 듣기 전에 미리 판단을 내려버린다.
거기에 과정보다는 결론이 중요하다.
그러니 소통이 될 리 없다. 배우자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진의를 모른다.
아내들의 말은 시작도 끝도 없다.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다르니 소통 경색이고 대화 단절이다.
말이 통하질 않는다.
그래서 갈등하고 애증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살아가는 게 부부다.
그러나 내게도 아내한테 잘해온 일이 한 가지는 있다.
그동안 아내가 무엇을 요구하거나 해달라고 하면 한 번도 ‘안 돼’라고 말하거나 거절해 본 일이 없다.
무조건 항상 ‘OK’ 다.
아내의 어떠한 요구에도 긍정적인 대답을 해주었다.
이 한 가지 사실만 해도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 아내는 럭키걸이다.
그런데 여기에 이실직고할 중요한 사실이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정말 별로 해준 것이 없다.
그러나 아내의 요구에 “그래 좋아 해보자” 하며 “OK”라고 말할 때, 나는 진정으로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은 며칠이 지나고 나면 50%는 해줄 필요가 없어진다.
또 1주일쯤 지나고 보면 나머지 50%는 잊어버린다.
“그래, OK”라고 말할 때 아내의 기분이 좋고 2주일쯤 지나면 모든 게 무효다.
해줄 필요가 없어진다.
내가 “OK” 하면 아내는
“아! 나를 받아들이는구나. 내 말 들었구나. 그리고 나를 인정하여 주는구나” 하며 흐뭇해한다.
받지 않아도 마음은 이미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있던 불만도 사라지고 소속감도 느낀다. 두 사람이 다 좋은 것이다.
아내들 가슴에는 힘들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무궁무진한 보고가 있다.
말 한 마디로 얻을 수 있는 엄청난 요술 주머니 같다.
평생의 동반자이면서 부부 대화가 안 되는 가정들이 의외로 많다.
“말해 봐야 나만 손해지. 뻔한 걸 뭘 말해요. 그 인간한테 내가 뭘 바라요”라며 손사래를 친다.
몇 번 거절당한 경험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말하고 싶지 않다. 거절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 그것은 대화의 또 다른 장벽이다.
남편들이여, 아내가 무엇을 요구하면 무조건 “OK” 하고 보자.
그때 행복하고 2주일만 지나면 없었던 일이 되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