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로신문] 145.추억을 각색할 수 있는 능력
[[제1563호] 2017년 9월 2일]
셰익스피어의 명언 중 “세상에서 좋고 나쁜 것은 다 생각하기 나름이다”라는 말이 있다.
나이가 들면 미래에 대한 희망의 이야기보다 왕년을 말할 때가 많다.
때로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지난 삶을 재평가할 수 있다면 삶의 활력이 되고 선순환 에너지가 될 수 있다.
나이가 들어 과거를 돌아볼 때 그 시간이 아름답게 생각되지 않으면 우울하고 상실감에 빠질 수 있다.
추억을 각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 추억에는 좋은 기억이 있고 나쁜 기억도 있다.
자신을 좋게 포장할 수 있는 기술. 자신의 기억을 순기능화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다.
나빴던 기억은 잊어버리자.
좋았던 기억들을 더 새기고 추억하자.
힘들었던 시절의 어머니의 사랑도 회상해보면 더 특별해진다.
과거가 의미 있어지면서, 내가 좀 더 소중한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과거는 힘들었던 순간의 연속이다.
어려움도 있었고 구질구질하고 업신여김을 당하기도 했다.
그런 아픔이나 상처가 축복의 별이 될 수 있다.
“상처가 별이 되어…… 별별 가정이 별(星) 가정이 된다”고 했다.(김양재 목사)
과거가 아픈 상처들과 기억에서 벗어나 사랑으로 다가가니 별처럼 빛나는 것이다.
다음은 상담학 박사인 내 아내의 글이다.
‘내게도 참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어머니는 가족들에게 고기를 먹이고 싶어 했지만 어려운 일이었다.
명절에 한 번, 그것도 실컷이 아닌 정말 맛만 보는 수준이었다.
때로 푸줏간에 가서 쇠기름을 얻어 오셔서 멀건 된장찌개에 조그맣게 썰어 넣고 끓여주셨다.
우리 4남매는 그것도 서로 건져 먹으려고 숟가락을 집어넣고 경쟁을 벌였다.
요즘에는 아무도 그런 쇠기름을 먹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기름은 한겨울 얼어 터져 새빨갛게 튼 손등에 뜨겁게 달구어 문지르던 약이기도 했다.
너무 뜨거워 펄펄 뛰었지만 엄마가 꽉 잡고 문지르면 신기하게 낫는 것 같았다.
바셀린도 없던 시절이어서 튼 손에 쇠기름을 녹여 바르면 기름이 녹으며 상처에 스며들어 부드럽게 나았다. 너무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아버지는 한국전쟁 때 행방불명 되셨고 우리 엄마는 31살에 혼자 되셨다.
31살 과부에게 4남매는 너무나 벅찬 인생이었을 것이다.
나는 7살짜리 맏딸 그리고 5살 3살 남동생에 돌도 안된 막내 여동생까지.
그 가녀린 어깨에 매달렸으니 얼마나 신산했을까?
갑자기 남편을 잃은 젊은 아내는 당장 생활 전선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어린 자식들의 제비 같은 입에 뭐라도 넣어 줘야 했다.
맨몸으로 부딪히는 세상이 너무 힘겨웠을 터이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슬프고 쓸쓸하고 힘든 시간이었다.
그러나 지금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그때가 행복했던 시간으로 느껴진다.
‘힘들었지만 우리 엄마는 우릴 사랑으로 잘 키워주셨다. 우리 엄만 슈퍼우먼이었어.’
이렇게 어머니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들이 위로가 되고 힘이 되기도 한다.
지난 일들을 아름답게 각색할 수만 있어도 의미가 있고 행복해질 수 있다.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사는 것이다.
“추억을 내 속에서 아름답게 각색하고 간직하자.”
“결코 과거를 바꿀 수 없지만 과거가 미치는 영향력은 바꿀 수 있다.
또 삶에서 무엇도 되돌릴 수 없지만 삶을 바꿀 수는 있다.”(밀리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