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 부부싸움에는 부엉이형으로
[[제1569호] 2017년 11월 4일]

씨름할 때를 생각해보자. 상대 선수를 들어 메칠 때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하는 기술이 들어간다. 부부싸움도 마찬가지다. 힘으로 상대를 누르는 것이 아니다. 기술로써 상대방이 따라오게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미국의 가정사역가 데이비드 알프와 클라우디아 알프 부부는 부부갈등의 해결 방식을 거북이, 스컹크, 카멜레온, 고릴라, 부엉이 유형으로 분류했다. 사람들이 갈등에 임하는 태도나 해결 방식을 동물에 비유한 것이다.

거북이형은 ‘은둔형’으로 갈등에 부딪히면 뒤로 물러난다. 머리를 움츠려 껍질 안으로 숨어서 거북이처럼 문제를 회피한다. 폭풍이 지나갈 때를 기다린다. 스컹크형은 ‘공격형’으로 위협을 느끼면 말로 공격을 시작한다. 말재주로 상대방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자신의 단점은 미화시켜 버린다. 대부분 조소와 경멸의 명수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 카멜레온형은 ‘순응형’으로 주위의 색깔과 동화함으로 갈등을 피한다. 변화무쌍형이다. 이 유형은 타인의 의견에 항상 동의한다. 조용한 사람들 앞에서는 입을 다물고 말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는 수다쟁이로 변한다. 이런 사람들은 결혼해서 30여 년 동안 잘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떠나기도 한다. 변신의 명수들이다. 고릴라형은 ‘승리형’이다. 이 유형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이겨야 직성이 풀린다. 가장 잘 쓰는 방법은 회유와 위협이다. 부당한 대우와 상처 받았던 일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가 적절한 시점에서 논리적으로 상대를 공격한다. 마지막으로 부엉이형은 ‘이성형’이다. 합리적인 이론과 논리에 의지한다. 이들의 좌우명은 ‘감정싸움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피한다’이다.

부엉이형은 갈등에 부딪치면 그 문제에 관해서 기꺼이 토론할 용의가 있다. 그러나 감정은 완전히 배제하고 사실만을 다루길 원한다. 감정에 함몰되지 않는다. 부부싸움은 부엉이처럼 해야 한다. 부엉이처럼 부부싸움을 하기 위해 몇 가지 원칙을 세워두는 것이 좋다. 문제를 공격해야지 사람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 배우자의 성격적 신체적 결함이나 실수, 혹은 믿고 털어놓았던 개인적인 약점을 공격하지 않는다. 자녀들이 없는 곳에서 싸워야 한다. 욕설은 물론 남과 비교하는 것도 금물이다. 다음에 무슨 말을 할 것인지 부터 생각하지 말고 배우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친인척도 거론하지 않는다. 현재 일만 가지고 이야기 한다. 끝까지 이기려고 하지 않는다.

또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당신이 어떻다’고 말하는 대신 ‘내가 어떻다’고 말한다. 일인칭 어법으로 말한다. 고함을 치지 않고 극단적인 용어도 사용하지 않는다. 상대가 주장하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방어만 하지 않고 나의 잘못인지도 모른다는 태도를 갖는다. 아울러 화를 내고 밖으로 뛰쳐나가지 말고 시작이 있었던 것처럼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다. 부부는 한 팀이다. 부부싸움도 대화이다. 부부싸움 안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싸워라. 싸우되 잘 싸워라. 중요한 것은 부부싸움은 져 주는 게 이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