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 이질적 교합의 조화
[[제1575호] 2017년 12월 16일]

서로 다른 남녀가 부부라는 연으로 만나 조화를 이루며 산다는 것은 행복이지만 인내와 고통이 수반되는 축복이다. 필자는 가정사역을 하지만 우리 부부는 한마디로 맞는 게 없다.

우리는 냉난방 조절 문제로 평생 부딪치며 살고 있다.

봄, 여름철 나는 차를 타게 되면 에어컨을 켜야 한다. 그런데 내 아내는 그것을 끄라고 성화다. 그리고 찬바람 나오는 환풍구를 모두 막아버린다. 나는 더위를 못 참는 반면, 내 아내는 더위를 덜 탄다. 나는 찬바람이 좋은데 아내는 찬바람이나 선풍기 바람이라면 질색을 한다.

잠자는 것도 다르다. 나는 깡촌 출신이라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소위 아침형 사람이다. 그런데 내 아내는 서울 출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 형이다. 신혼 초 그것 때문에 여러 번 부딪히기도 했다.

밤이 깊어졌는데도 전혀 잠잘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때부터 일을 시작한다. 나는 “10시인데 자자. 빨리 자자” 하고 사정을 하면 먼저 자라고 한다. 잠잘 시간 밤 10시가 지났는데도 눈동자가 번쩍이고 생기가 나는 여자가 내 아내다. 나는 10시가 되면 눈동자는 반이 풀려 비몽사몽 제정신이 아니다. 또 나는 누웠다 하면 3분 내에 잠이 든다. 그런데 내 아내는 잠자리에 들어서도 만리장성,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섭렵하고 온갖 상념을 다한다. 별별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옆에서 떠들어 댄다. 그러다가 “잠들었어?” 하고 잠든 나를 툭 친다. 그러니 야행성 아내하고 사는 나는 잠자는 것까지도 고달프고 힘들다.

결혼 전 내 아내는 나의 결단력과 과단성 등이 좋아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같이 살고 보니 그게 아니란다. 어쩌다 말다툼이라도 하게 되면 성깔대로 해대고 “나는 끝!” 하고 잠들어 버린다. 나는 뒤끝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내 아내는 그때부터 시작이다. 잠자지 않으면서 끓이고 삭히고 속앓이를 한다. ‘이 인간! 속 좋게 곯아떨어져, 뭐 뒤끝이 없다고?’ 그래 아내는 뒤끝이 없는 사람이 제일 싫다고 한다.

내향적 사람과 외향적 사람이 만나 갈등하기도 한다. 외향적 커플만 존재하는 사회라면 길거리가 얼마나 혼잡해질까? 반면 내향적 커플만 사는 사회라면 또 얼마나 적막강산이 될까? 동물은 섞일수록 건강해진다. 부부도 다른 사람으로 만날 때 우성의 자녀, 건강한 2세를 둔다.

생물 우성 보존의 법칙과 생존의 방식은 이질적인 생명체의 교집이다. 실생활에서 인간의 이질적 결합은 충돌하고 갈등한다. 그러나 이질적 교합으로 조화를 이룰 때 엄청난 창의력과 시너지가 나온다. 진정한 차이는 충동하는 것이 아니라 교류하고 공존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생하고 융합하는 것이다. 거기에 발전과 진보가 이루어진다. 동일성 속에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 속에서 동일성을 이룬다. 이것이 사랑의 모델이다. 다른 것은 축복이다. 다른 것은 다른 것일 뿐 틀린 것이 아니다.

맞는 게 없다고? 그래도 나는 오늘 나와는 너무도 다른 아내와 천생연분 찰떡궁합이라 착각하면서 숨죽이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