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100세 시대의 인생 후반전
[[제1580호] 2018년 1월 20일]

한국 남자는 울어도 안되고 속내를 쉽게 드러내도 안된다. 외롭다. 너무도 외롭다. 그러나 외로움을 표현할 곳도 없다. 그렇다면 외롭고 지친 내 영혼은 누가 위로해주나. 은퇴를 생각하면 일단 숨이 막힌다. 도피할 곳은 없다. 그렇다면 정면 돌파 밖에는 없다.

삶의 주기가 길어져 이젠 100세 시대다. 재수 없으면 120살까지도 살아야 한다. 아직도 살만큼 더 살아야 한다. 때론 살아야 할 날이 더 많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 끔찍하지만 현실이다. 혹자는 끔찍한 것이 아니라 축복이라고 하기도 한다. 축복이 될 수도 있지만 재앙이 될 수도 있다. 하기 나름일 뿐이다. 행불행의 1차 출발지는 가정이다. 가정에서 성공하는 자, 인생에서 성공한 삶이다.

나도 50대를 힘겹게 이겨냈고 지금도 건강하게 100세 시대를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만약 50대로 돌아간다면 태산이라도 옮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 같으면 인생의 후반전이지만 지금의 50대는 인생 중반의 시작에 들어선 세대이다. 인생이란 게임의 하프타임일 뿐이다. 전 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대의 개척자이자 이전 세대와 신세대 사이의 낀 세대이기도 하다. 또 위로부터 눌리고 눈치를 보아야 하고 밑으로부터 치받치는 세대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50대를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내 인생의 후반전이 결정된다. 크게 심호흡하고 인생을 다시 설계해 보자.

‘일 놓자 숨 놓는다’라는 말이 있다. 평생 일이 전부였던 사람들은 은퇴하고 나면 삶의 의미가 송두리째 사라지는 것 같은 공허감을 느낀다. 그래서 은퇴 후에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일종의 심리적인 공황기를 겪는 것이다.

은퇴 후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갑자기 건강이 나빠지거나 폭삭 늙기도 하고 심지어는 일찍 숨을 거두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극심한 부부갈등으로 심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도 있다. 평생을 일 중심으로만 살아온 사람들이 겪는 시련이다. 성공을 향해 내달렸던 젊은 시절에는 아내도, 자녀들도, 친구도 보이지 않았다.

평생 하숙생 노릇을 하다 집에 들어앉으니 답답하고 허전하다. 친구와 동료 그리고 사회로부터 전화 걸려오는 일도 드물다. 사회로부터 단절되니 씁쓸하고 외롭다.

전 세계적으로 100세를 넘어 장수한 노인들을 보면 유독 부부 금실이 좋다고 한다. 독신 노인들은 고독과 우울증에 시달린다. 그러나 화목한 부부는 정서적 안정감과 심리적 행복감을 누리기 때문에 건강하고 장수한다.

이제 수명 백세 시대에 돌입했다. 앞으로 노년기는 더욱 길어질 것이다. 긴 노년기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젊고 의미 있게 살고 싶은가? 이제라도 부인을 챙기고 마님 중심으로 3모작 인생으로 생존할 수밖에 없다. 50대는 위기의 시기가 아니라 또 다른 축복의 시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