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남편들이여! 짐승 아닌 연인으로 다가가라
[[제1431호] 2014년 10월 11일]
나는 집에서 가끔 아내를 졸졸 따라 다닐 때가 있다. 그러면 아내는 왜 이리 귀찮게 따라 다니느냐고 핀잔이다. “집안에 아는 사람이 당신 밖에 없잖아?”하며 웃는다. 아이들과 함께 살 때는 젊었었다. 삶에 쫓기는 바쁜 일상 탓에 아내와 함께 시간을 갖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았다. 이제 둘만 덩그러니 남게 되니 집안에서 아는 유일한 사람이 아내뿐이다. 드디어 아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거다.
■아내 지향, 자녀 지향
남편들은 대체로 아내 지향적이다. 밖에서 일할 때는 아내라는 존재는 잊어버린다. 그러나 집에 오면 남편들은 아내를 찾는다. 아이 이름을 부르며 들어와도 찾는 것은 아내다. 식구들이 다 모여 있어도 아내가 없으면 남편의 마음에는 집안이 텅 빈 것 같다. 아이들은 없어도 아내는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집에 와서 아내와의 대화 보다는 신문이나 TV가 우선이다. 그러면서도 아내는 있어야만 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아마 남편에게는 여러모로 아내가 꼭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 그런 것 같다. 그러나 아내들은 자녀 지향적이다. 남편보다는 아이들을 먼저 챙긴다. 자녀가 우선이고 자녀 밀착적이다. 아마 그래서 아이들을 키워 내나 보다. 남편들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좋은 세월 보내다가 아이가 태어나고 부터는 사정이 달라진다. 순위권 밖으로 밀려난다. 남편 뒷바라지 하던 아내의 관심과 손길이 자녀에게로 쏠린다. 남편은 그야말로 찬밥 신세다. 자녀를 다 키워 결혼 시키고 나면 남편에게 좀 살가워 지려나 했더니 웬걸 그 자리를 손주가 차지해 버렸다. 젊어서처럼 큰소리 치고 살다가는 재앙을 만난다. 그 옛날 아내가 입덧할 때 무심했다거나 곧잘 성깔을 부렸던 남편이라면 이제라도 개과천선해야 할 일이다. 아니면 찬밥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젊어서 딴 짓 했던 남편도 마찬가지다. 은퇴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결혼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통계도 있다. 아내와 남편의 기대 차이 때문이다. 남편은 평생 식구들 위해 일했으니 이제 좀 쉬어도 된다고 당연히 생각한다. 맞다. 그러나 아내들은 이식이 삼식이 남편 생각하니 한숨이 나온다.
■정서적 욕구, 생리적 욕구
남편들은 정서가 단순하다. 집에서 아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야말로 등 따습고 배부르면 행복하다. 그래서 “남자들의 행복은 뱃속에 있다”고 한다. 생리적 욕구가 채워지면 만사 오 케이다. 단세포동물 같다.
그러나 여자는 배만 부르다고 행복해 하지 않는다. 육체적 필요 이상으로 정서적 욕구가 충족되어야 행복한 존재다. 늙어서도 여전히 남편의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대화의 상대가 되어주고 계속되는 수다에도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란다.
그 나이에도 여전히 사랑한다, 예쁘다는 말을 듣기 바란다. 여자들은 늙으나 젊으나 남편이 자기를 인정해 주고 관심을 가져 줄 때 안정감이 생긴다. 그리고 행복을 느낀다. 이것을 모르는 남편들은 아내의 투정을 생리적인 욕구 수준에서 처리해 버린다. 그리고 하는 말이 “뭐가 그리 불만이야? 뭐가 부족해? 배가 불렀구만”하며 무시해 버린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여기서 실패하고 만다. 그런 것도 모르고 그냥 다가가니 “짐승”이란 소릴 듣는다.
남편들이여! 짐승이 아니라 연인으로 다가가라. “당신 오늘 유난히 예뻐 보이는데!” “여보, 사랑해.” 빈 말인 줄 알면서도 아내는 행복해 한다. 저녁 메뉴가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즐거운 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