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결혼에도 면허증이 필요해

[[제1448호]  2015년 2월  28일]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은 혼수를 장만하고 신혼여행을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일생에 한 번밖에 없는 결혼식, 폼 나고 광나게 치러야지.”

이런 심리에 편승해 예식업자들도 호화찬란한 결혼식을 부추긴다. 빚을 얻어서라도 남에게 처지지 않는 결혼식을 해야 목에 힘이 들어간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돈을 써 가며 사치스럽게 준비한 결혼식은 단 30분 내지 한 시간이면 끝이 난다.

화려한 결혼식이 행복한 가정을 보장해 준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세계적으로 호화찬란했던 영국의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결혼식을 보라. 그 종말이 어떠했나?

호화찬란한 결혼식을 치르고도 걸핏하면 헤어지는 게 요즘 세상이다. 어떤 젊은이는 결혼식장에서 드레스를 잘못 밟아 찢어졌는데 그것이 시비가 되어 갈라섰다. 결혼 날짜를 잡아놓고 준비하다가 혼수 문제로 끝장을 내는 커플도 있다. 심지어는 신혼여행을 갔다가 헤어져 따로따로 돌아오기도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준비없는 결혼이 문제다. ‘결혼식(Wedding)’만 준비했지 ‘결혼(Marriage)’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다. 행복한 가정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결혼식이 아니라 결혼이다. 참된 결혼에는 물질적 혼수가 아니라 정신적인 혼수가 따라야 한다. 결혼의 원리와 올바른 결혼관 그리고 남녀의 차이, 대화의 기술과 갈등의 해결, 부부의 역할, 아름다운 성생활 등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하나되어 평생 살아가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남녀가 만나서 사랑을 할 때는 많은 약속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막상 결혼을 하고 나면 그런 약속이 물거품이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남자는 결혼 후에는 사뭇 달라진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남자는 목표지향적인 존재여서 연애할 때는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온갖 황홀한 약속을 다한다. 별의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동원해 여자의 환심을 사려고 애 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아내를 꾀기 위해 이런저런 약속을 남발했다.

하지만 남자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 나면 과거의 약속들은 잊어버린다. 잡은 물고기에 먹이줄 필요있냐며 아내를 소홀히 대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그동안 살아온 방식의 차이로 사사건건 충돌하기도 한다.

작은 생활 습관의 차이가 갈등의 원인이 된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하루아침에 고치기는 힘들다. 어디서부터 갈등이 비롯되는지,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다른지,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고 어떻게 새로운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는지, 도무지 아는 게 없다. 그래서 결혼에도 면허증이 필요하다. 무면허 운전자들이 곳곳에서 충돌 사고를 일으키듯이 결혼 면허증이 없는 남편과 아내도 번번이 충돌사고를 일으켜 상처를 주고받는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려면 결혼과 가정의 원리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사람은 자기가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 정신적인 혼수, 이것은 무형의 자산이다. 결혼한 두 사람은 자신이 장만한 정신적인 혼수로 서로 기쁘고 행복하게 해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