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나와 너무나 다른 당신
[[제1449호] 2015년 3월 7일]
“우리 부부는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게 없어요.”
상담하러 온 부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그런데 서로 맞지 않기로는 상담을 해 주는 우리 부부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은 둘이 함께 강연을 다니는 우리 부부가 갈등이라곤 아예 없는 찰떡궁합인 줄 안다. 그러나 아내와 나는 자라 온 환경이 달라서인지 작은 생활 습관부터 맞는 게 없다.
깡촌에서 자란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종달새형이다. 일찍 일어나야 논에 나가 새도 쫓고 물꼬도 본다. 어려서부터 익혀 온 생활 습관은 나를 아침형인간으로 만들었다. 반면 도시에서 자란 아내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형이다.
일찍 일어나는 대신 나는 밤 10시만 되면 눈동자가 반쯤 풀려 비몽사몽 제정신이 아니다. 하지만 아내는 그때부터 반짝반짝 생기가 돈다. 내가 아무리 “그만 자자”고 졸라도 밤이 깊을수록 머리가 맑아진다고 늦게까지 일에 매달린다.
우리 부부는 입맛도 달랐다. 아내는 서울에서 자라 맑은 국과 담백한 음식에 길들여져 있었다. 바다 가까운 곳에서 자란 나는 주로 짭조름한 젓갈과 얼큰한 음식을 먹으며 자랐다. 신혼 초에는 아내가 해 주는 음식이 도무지 싱겁고 밍밍해서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뿐 아니다. 아내는 위로 조부모님을 모시고, 아래로 동생 셋을 책임져야 하는 맏이였다. 먹을 것이 생기면 먼저 조부모님 드실 것을 챙기며 자랐다. 나는 대가족 5남매의 막내였다. 이런 내가 결혼해서 아내를 잘 챙기고 배려했을 리 만무하다. 먹을 것이 생기면 내 입만 생각하는 못된 버릇은 자란 후에도 잘 고쳐지지 않았다.
우리 부부는 체질도 기질도 다르다. 더위를 못 참는 나는 여름이면 어디를 가나 에어컨을 켜놓고 산다. 그러나 아내는 찬바람을 견디지 못해 자동차 안의 에어컨 구멍을 다 틀어막아 놓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나는 집 안의 문이란 문은 다 열고 다니고 아내는 내 뒤를 쫓아다니며 열어 놓은 문을 다 닫는다. 그러면서 서로 이기적이라고 으르렁거리며 다툰다.
신혼 초에는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 과연 평생을 함께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 온 남자와 여자가 하루아침에 조화를 이룬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환상은 깨지고 남은 것은 실망뿐이었다. 우리는 부부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온몸으로 깨달았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그 파괴의 잿더미 위에 아름다운 가정을 일으켜 세웠다. 서로가 다른 존재임을 인정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와 다른 너’ ‘너와 다른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자고 마음먹으니 이해와 조화의 길이 열렸다.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게 없으니 아내가 틀렸다고 여겼고 내가 더 우월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내가 갖추지 못한 면을 두루 갖춘 아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섬세함과 나누고 챙기고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함을 지닌 아내, 나는 그런 아내에게 깊은 사랑과 애틋한 정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