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머리로 말하고, 가슴으로 듣고

[[제1459호] 2015년 5월 23일]
남녀 간에 대화가 잘 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관심사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정치, 경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높다. 남성들이 주로 읽는 월간지를 보라. 제목들부터가 다르다. 정치 경제의 전망이나 사회문제를 분석한 기사들이 주를 이룬다. 반면 여성들이 주로 읽는 잡지를 보자. 연예인의 사생활이나 스캔들, 미용이나 패션, 요리나 육아 관련 정보들을 주로 다룬다. 만약 여성들이 읽는 잡지에 ‘남북통일 전망’이나 ‘FTA 현황’, ‘대통령의 정치’ 등의 기사들이 주로 다루어진다면 그 잡지사는 망할 수밖에 없다.

관심사가 다르다보니 대화의 방식도 다르다. 남자들은 대화를 나눌 때 주로 머리를 쓴다. 논리적인 대화를 중요하게 여긴다. 대신 느낌과 정서를 주고받는 데는 서툴다. 그래서 남자들은 지금 하는 이야기가 상대에게 어떤 느낌을 줄지, 혹시 기분을 상하게 하지는 않을지 잘 모른다.

반면 여자들은 가슴으로 대화하기를 좋아한다. 느낌과 정서를 중요하게 여긴다. 대화 중에도 상대의 표정이나 기분 변화를 세심하게 살핀다. 여자들 특유의 센스는 바로 이런 본성에서 발휘되는 것이다. 그런데 남자들은 정서가 밥 먹여주냐고 한다.

코스닥이 수입통닭?

이혼 직전에 부부학교에 참석한 부부가 있었다. 아내는 무례하고 거친 남편의 태도에 엄청난 상처를 입고 있었고 남편은 아내에 대한 불만이 폭발 직전까지 쌓여 있었다.

“당신은 남편에게 사랑받을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어. 당신과 대화를 하면 정말 짜증이 난다고. 뭐, 코스닥이 무슨 수입 통닭 이름이냐고? 무식하긴….”

남편은 “코스닥이 수입 통닭이냐?”고 묻는 아내의 질문에 절망했다고 한다. 아무리 가정주부라고 해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관심할 수 있단 말인가. 대체 집 안에 앉아 무슨 일을 하기에 신문 한 번 제대로 읽지 않는가? 이렇게 무식한 아내와 무슨 대화가 통하겠느냐며 남편은 냉담하게 덧붙였다.

“뭐? 수입 통닭? 코스닥은 황금 알을 낳는 암탉이다. 아무리 집안에 들어앉은 여자라지만, 제발 공부 좀 해라. 공부 좀.”

두 사람의 대화는 이미 시위를 떠난 화살이었다. 경멸과 비난의 언어들이 두 사람의 입 밖으로 마구 쏟아져 나왔다.

많은 부부들이 이들처럼 대화가 통하지 않는 원인을 상대방에게 전가한다. 나와 관심사가 다르다고 상대를 조소하고 경멸한다. 그러나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것은 어느 한쪽의 잘못이 아니다. 부부가 공통의 화제를 갖고 깊은 대화를 나누려면 경청의 기술을 익혀라. 두 사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스포츠 경기에 광분하는 남편이나 드라마에 넋을 잃는 아내, 둘 중 어느 하나가 더 옳다거나 우월하다고 말할 수 없다. 배우자가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라면 흔쾌히 지지해주자. 그리고 그 관심을 함께 나누기 위해 동참해 보자. 그래야 멋진 대화 파트너가 될 자격이 있다. 내 배우자가 갖는 희대 관심사는 무엇일까? 그것을 나는 알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