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일인칭 어법으로 말하기

[[제1468호]  2015년 7월  25일]

오랜만에 남편과 바깥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아내.

서둔다고 서둘렀는데도 차가 밀리는 바람에 약속 시간에 늦고 말았다. 아내는 마음을 졸이며 헐레벌떡 약속 장소로 달려갔다. 그런데 아내를 보자마자 남편은 무턱대고 핀잔부터 준다.

“당신, 왜 이렇게 늦었어? 좀 빨리빨리 움직이면 안 돼? 도대체 시계는 뭐하러 차고 다니는 거야?”

안 그래도 미안하던 아내의 마음은 잔뜩 움츠러든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서운한 생각이 든다.

‘흥. 자기는 늦은 적 없나? 차가 이렇게 밀릴 줄 누가 알았어야지.’

만약 이 상황에서 남편이 ‘일인칭 어법’을 사용했다면 이야기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당신이 늦어서 내가 걱정을 많이 했어. 퇴근 시간이라 차가 많이 밀렸지?”

분위기는 한결 부드러워지고 아내는 자신을 걱정해 준 남편에게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약속 시간에 늦지 않도록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할 것이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앞 상황에서 남편은 ‘이인칭 어법’을 사용해서 말했다. ‘이인칭 어법’이란 당신, 너가 주어가 되는 어법이다.

이런 어법은 자연스럽게 상대를 공격하거나 비난하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당신이 틀렸어.”

“네가 그랬잖아.”

이인칭 어법은 문제의 원인을 상대에게 전가시킨다. 두 사람의 심정보다는 문제의 원인에 관심을 집중시킨다. 결국 부부는 마음의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고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를 따지는 소모적인 싸움에 빠져들게 된다.

결국 둘 사이의 감정이 격앙되고 부부 갈등은 더욱 악화된다.

반면 ‘일인칭 어법’은 나를 주어로 하는 어법으로 주로 내 감정이나 생각을 전달하고 이해를 구하는 어법이다. 그래서 ‘나 전달법’이라고도 한다.

“당신이 늦으니 몹시 걱정이 되더군.”

“네가 그렇게 말해서 나는 몹시 서운했어.”

‘나 전달법’은 문제의 원인보다 두 사람의 가정 상태에 관심을 기울이게 한다. 누가 옳고 그른가를 따지기보다 내 감정을 전달하는 데 강조점이 놓이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상대를 이해하고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생산적인 어법이다.

두 번째 상황에서는 남편이 이러한 ‘나 전달법’을 적절히 사용했기 때문에 아내는 자신을 걱정해 준 남편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다음부터는 늦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남북통일과 세계평화가 걸린 일도 아닌데, 부부간에 목숨 걸고 잘잘못을 가릴 일이 뭐가 있겠는가? ‘나 전달법’으로 상대의 마음에 부드럽게 호소하는 지혜를 배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