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링 안에서 싸워라
[[제1475호] 2015년 9월 19일]
모든 경기에 규칙이 있듯 부부 싸움에도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선수가 규칙도 모르면서 경기에 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곧바로 퇴장이다. 부부 싸움이 파경으로 치닫는 것도 바로 이 규칙을 모르거나 알고도 지키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부 싸움의 첫 번째 규칙은 바로 ‘링 안에서 싸우라’는 것이다.
권투선수가 링 안에서 주먹을 휘두르는 것은 정당한 경기이지만 링 밖에서 주먹을 휘두르면 폭력이 된다. 부부 싸움도 마찬가지이다. 정해진 경기장을 이탈해 장외에서 싸우는 것은 중대한 반칙이다.
그렇다면 부부가 싸울 수 있는 링은 어디일까?
한 지혜로운 부부는 집 안에 ‘싸움방’을 따로 마련해 놓았다고 한다. 싸울 일이 있으면 그 방에 들어가서 싸우되 방에서 나올 때는 나쁜 감정의 찌꺼기를 모두 털어 버리기로 약속하고 그대로 실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방에서는 싸우지 말아야 한다.
안방은 부부가 서로 친밀한 감정을 나누는 신성하고 거룩한 장소로 남겨 두어야 한다.
어떤 장소가 되었든 링을 결정했다면 그 안에서 싸워야 한다. 싸움에 불리하다고 해서 링 밖으로 도망쳐 나가면 ‘게임 끝’이다.
부부 싸움 하고 친정으로 가거나 친가로 가는 것은 반칙이다.
부부 싸움만 하면 짐을 싸서 친정으로 가는 아내가 있었다. 무남독녀 외동딸로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자라 어려움이라곤 모르는 사람이었다.
아내가 친정으로 달아나 며칠이고 돌아오지 않으면 남편은 처가에 가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아내를 데려오곤 했다. 그런 일이 반복되는 동안 장인, 장모와 사위의 관계는 극도로 악화되고 말았다.
이 부분의 갈등은 신혼 초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랑싸움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싸움을 장외로 끌고 나간 아내의 반칙 행위로 부부 갈등은 얽히고설켜 가족 갈등으로까지 확대되었다. 결국 사네 못 사네, 이혼 말이 오가는 동안에도 당사자는 제쳐 두고 양쪽 집안이 우르르 달려들어 볼썽사나운 꼴을 연출하고 말았다.
부부 갈등이 가족 갈등으로 비화되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 어려워진다. 당사자들이 막상 화해를 하고 재결합을 하고 싶어도 이미 가족들과의 골이 깊을 대로 깊어져 그마저 쉽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부 싸움은 철저히 둘만의 일이 되어야 한다. 부부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동맹군을 동원하는 일은 철부지 어린아이 같은 짓이다.
싸우기 전에는 마음 놓고 싸울 수 있는 둘만의 링을 정하라. 그리고 링 안에서 싸워라. 링을 벗어나는 것은 결정적인 반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