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최고의 선물 – 배우자
[[제1494호] 2016년 2월 27일]
남편이 모처럼 선물을 사들고 왔다. “어머 당신이 웬일이야?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차라리 돈으로 주지” 한다면 어떨까? 김새고 마음 상할 것이다.
한번은 사업차 외국에 다녀오는 길에 아내의 화장품을 하나 사왔다. 내 딴에는 큰맘 먹고 꽤 이름 있는 제품을 사왔다. 모처럼 선물을 받은 아내는 입이 함박 만하게 벌어졌다. 기뻐하는 아내를 보니 나 또한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포장을 풀고 설명서를 읽어 보던 아내가 실망한 듯 말하는 게 아닌가?
“여보, 이거 잘못 사왔어. 지성용이라 건성 피부인 나에게는 안 맞는 거네.”
영어를 몰랐더라면 그냥 지나갈 수도 있었을 텐데 서툰 영어가 문제였다. 좋았던 기분도 잠시뿐, 한마디로 김이 새고 말았다. 화장품에 지성용과 건성용이 따로 있다는 것을 내가 어찌 알았으랴. 그 후로는 외국에 갔다 오면서 화장품을 다시는 사오지 않는다. 설령 피부에 맞지 않더라도 “이거 꼭 한 번 써 보고 싶었는데, 여보, 고마워요”라고 했더라면 계속 사다 주었을 것이다. 큰맘 먹고 지성스럽게 사 온 선물을 ‘지성’으로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건성’으로 받으니 문제가 되었다.
그렇다면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은 무엇일까? 바로 배우자이다. 스스로 선택해서 결혼했든, 선택을 받아서 결혼했든 배우자는 그 자체로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이다. 막상 받아 놓고 보니 이런저런 결점이 눈에 띄고, 나에게는 잘 맞지 않는 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선물을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야만 한다.
어느날 TV를 보는데 잘생기고 날씬하고 예쁜 연예인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아내 앞에서 열심히 뚫어지게 보다가 무심코 저 여자 참 예쁘다 라는 말을 했다가 그날밤 저녁을 쫄쫄 굶을 뻔했다. 그러면서 내 아내는 때로 엉뚱한 소리를 한다.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의 남자가 있는데 나같은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자기가 원하는 타입은 하정우나 원빈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참으로 엉뚱하다. 맹꽁이 같이 푼수없는 소리를 한다. 내가 자기에게 가장 멋있는 남자인 줄을 모른다. 왜 가장 멋있느냐? “세상의 모든 남자는 그림의 떡”일뿐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아간다. 내 아내가 인생에 가장 탁월한 선택을 한 한 가지를 일이 있다면 그것은 나를 배우자로 택한 것이라고! 행복한 착각을 하며 오늘도 나는 살아가고 있다.
거기에 더해서 나는 오늘도 내 아내한테 이런 멘트를 날려야만 한다.
“당신이 이 세상에서 제일 이뻐”
“당신은 꽃보다 더 아름다워.”
주름진 얼굴 예쁜 데가 없다. 그런데 제일 예쁘다고 마음에도 없는 아부성 멘트를 날려야 한다.
왜? 나는 살아남아야 하고 또 푼수 없는 내 아내는 그런 골빈 말에 행복해 하니까. 길거리 가다가 예쁜 여자를 보고 마누라 듣는데 예쁘다고 하지 마라. 그러다가는 저녁을 굶기 십상이다. 이 세상에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은 내 배우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