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부부는 서로가 한편
[[제1510호] 2016년 6월 25일]
시집과 갈등이 있는 여자들은 시금치도 먹지 않는다고 한다. 시어머니, 시아버지, 시누이, 시동생이 싫다 보니 ‘시’ 자가 앞에 붙는 것은 쳐다보기도 싫다는 것이다. 여자들이 이렇게까지 시집과 갈등을 겪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남편의 태도도 한몫을 한다. 남편이 어머니와 아내의 갈등에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다. 고부 갈등이 생기면 어머니와 아내 못지않게 고통 받는 것이 두 여자 사이에 끼인 남편이다. 이럴 때 누구의 편도 들지 못한 채 어정쩡하고 우유부단한 태도를 취하는 갈팡질팡형 남편들이 있다. 아내의 편을 들자니 지금껏 자신을 위해 헌신해 온 어머니를 배신하는 것 같고, 어머니의 편을 들자니 사랑하는 아내에게 상처를 주는 것 같다. 둘 사이를 오가며 갈팡질팡 방황만 한다.
그런가 하면 모르쇠형 남편도 있다. 어머니와 아내가 알아서 해결하도록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침묵하는 것이다. 중립을 지키니 겉으로는 공평한 것 같지만 사실은 두 사람 모두에게 상처를 입히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노골적으로 어머니 편을 드는 효자 남편들도 있다.
“아내야 다시 얻으면 되지만 어머니는 이 세상에 한 분밖에 안 계시지 않습니까?”
만약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 가정은 화목해지기 어렵다. 다른 아내를 얻는다고 고부 갈등이 생기지 않을 것인가. 또 그럴 때마다 몇 번이고 아내를 갈아 치울 것인가? 이런 남편은 결혼을 하지 말고 어머니와 사는 편이 좋을 것이다.
지혜로운 남편이라면 기꺼이 아내 편을 들어야 한다. 아내의 든든한 동맹군이 되어 주어야 한다. 남편 하나 보고 시집온 아내가 아닌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남편만은 자신을 이해해 주고 지지해 주길 기대한다. 그런데 그 남편이 부모의 눈치를 보면서 모른 체하면 억울하고 분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마음으로 시집에 잘할 리가 없고 고부 갈등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하늘이 무너져도 나는 당신 편이야. 당신이 옳아.” “당신을 믿어.”
남편이 기꺼이 아내 편을 들어 줄 때, 비로소 고부 갈등의 실마리가 풀린다. 남편으로부터 지지받는 아내는 어떤 말을 들어도 서운하지 않다. 남편이 든든한 동맹군이 되어 주는데 무엇이 두렵겠는가? 서운한 마음이 없으니 시부모에게 잘 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아내를 향한 남편의 굳건한 사랑과 신뢰, 지지와 인정만이 고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특효약이다. 부부는 한편이 되는 것이다. 결점도 감싸주는 것이다. 옆집 아저씨가 감싸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부의 하나 됨이 먼저이고 고부 갈등은 그 다음이다.
이런 면에서 요즘 젊은 남편들은 지난 세대보다는 지혜롭다.
“어머니요? 어머니는 절대로 저를 버리지 않아요. 저도 어머니를 버릴 수 없거든요. 하지만 아내는 한 번 가면 다시 안 오잖아요. 그러니까 아내를 잡아야지요.”
오늘도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 끼어 전쟁을 치르는 괴로운 남편들이여, 먼저 아내의 마음을 확실히 붙잡아라. 그러면 전쟁은 끝나고 평화는 찾아오리라. 그리고 노후가 편안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