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문제가 있을 땐 전문가에게 코치를
[[제1512호] 2016년 7월 9일]
30년도 더 된 일이다. 여러 가지로 미숙했던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많은 상처를 주고 있었다. 어느 날 아내가 내게 생각지도 않은 한 가지 제안을 해 왔다.
“여보, 부부 세미나라는 것이 있는데 참석해 보지 않을래요?” “내가 미쳤다고 그런 곳에 참석하겠어?”
그때까지 나는 내 자신이 비교적 괜찮은 남편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밥을 굶기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폭력적이거나 권위적인 남편은 더욱 아니었다. 나름 지성과 교양을 갖춘 엘리트로서 부부 세미나 같은 곳에 참석해 남의 강의를 듣는 일이 가당치 않은 일로 생각되었다.
“그런 데는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나 참석하는 거지. 우리 부부야 아무 문제도 없잖아.”
아내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내 손을 붙잡고 말했다.
“그래도 재미 삼아 한번 가 봅시다. 혹시 알아요? 우리 부부에게도 도움이 될지 .”
나는 아무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아내의 손에 이끌려 세미나에 참석을 했다. 그런데 첫 강의가 끝날 무렵 갑자기 아내가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 여자가 대체 무슨 짓인가. 남편 망신을 시켜도 유분수지.”
아내의 통곡 소리에 사람들이 힐끔힐끔 나를 쳐다보았다. 민망하고 당혹스러웠다. 다들 속으로 이렇게 생각할 것이 뻔했다.
‘남편 인상을 보니 아내 속깨나 썩이게 생겼어. 그동안 얼마나 한이 쌓였으면 아내가 저렇게 슬피 울까?’
나는 아내가 왜 그렇게 슬피 우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그렇게 못된 남편이었나? 내가 잘못한 것이 그리도 많았나? 그래도 괜찮은 남편이라고 자부해 왔는데 아내의 가슴속에 그토록 서러운 눈물이 쌓여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여보, 뭐가 그렇게 슬퍼서 울어? 내가 혹시 당신에게 잘못한 것이라도 있어?” “혹시라고요?”
아내는 더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그날 나는 지나온 날을 돌아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스스로 멋있고 부족함 없는 남편이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는 동안 아내는 나에게 많이 지쳐 있었다. 공격적인 대화, 명령하는 듯한 말투, 다혈질의 급한 성격, 나는 기억도 나지 않는 수많은 말과 행동들로 아내의 마음은 상처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그날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때 내가 부부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았더라면, 아내의 통곡 소리를 듣지 못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마 나의 문제점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고 우리 부부는 한평생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아내의 통곡 소리는 우리 부부의 삶을 바꾸어 놓은 등대였다. 그 울음이 오늘날의 우리 부부를 만들었다.
많은 부부들이 문제가 있어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거나 혹은 인정하지 않은 채 살고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사람들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문제를 해소해 간다.
원만한 부부 관계나 행복한 가정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문제가 있을 땐 숨기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라. 특별히 전문 지식을 갖춘 사람들에게 코치를 부탁하라. 행복의 금메달 뒤에는 훌륭한 코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