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 사랑에 울고 웃는 콩깍지 효과
[[제1592호] 2018년 4월 26일]

첫눈에 반했다는 콩깍지 효과에 선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어쩌다가 내가 콩깍지가 씌었지?”라는 말은 자조적 표현으로 후회한다는 것이다. 실상 올바로 꿰뚫어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가 눈이 삐었지.” 우리 부부도 어느 날 서로 잘났다고 자기 자랑을 했다.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 눈이 멀게 되는 것이다. ‘Love is blind’라는 말은 맞는 말이다. ‘사랑을 하게 되면 현명해 질 수 없다(One cannot love and be wise)’거나 ‘사랑은 미친 짓’이라는 후회성 멘트도 있다. 아내가 중학생 때 배웠다는 애송 영시가 있다. William Wordsworth의 ‘Rainbow’로, ‘하늘에 떠 있는 무지개를 볼 때 내 가슴은 뛰노라(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라는 내용의 낭만적 시다.

어린 중학생 때 나는 그런 가슴 설레는 감성이 무디었다. 그러나 사춘기를 넘고 대학생이 되면서 가슴 설레고 심장이 뛰는 열정을 느끼게 되었다. 내 아내를 만나자 가슴이 뛰었고 내 인생에 무지개가 뜬 것이다. 36-23-36의 이상적 상이었다. 미스코리아가 아니라 미스인터내셔널 급의 무지개였다. 나도 콩깍지가 씌어도 보통 잘못 씐 것이 아니다.

사랑을 하게 되면 이상한 마력과 힘이 생긴다. 상대의 마음을 사기 위한 온갖 아이디어를 낸다. 상대를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기 위한 여러 가지 창의성과 착상이 발동된다. 결점은 눈이 감겨 보이지 않고 상대의 좋은 점만 보인다. 약점까지도 장점으로 둔갑시킨다. 곰보 자국도 보조개로 보이고 양미간에 살짝 찡그린 모습도 아름답게만 보인다. 바로 제 눈의 안경이 되는 것이다. 그래 짝짓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중국말에 情人眼里(정인안리)란 말이 있다. 정들어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는 최고 미인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서시’라는 중국 4대 절세미인 같은 여자로 보이는 것이다. 콩깍지는 착시이고 착각이며 편향성이지만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축복이고 발전의 동력이 된다. 사회심리학에서는 편향성의 선기능이라고도 말한다. 만일 젊은이들이 착시나 편향성이 없이 이성과 합리성에만 의존하여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짝짓기 결혼 성사율이 과연 얼마나 될까? 생육하고 번성하는 인류 보존의 역사는 이 콩깍지 효과 덕분이다.

월드컵 대회가 다가오고 있다.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의 FIFA랭킹은 22위였다. 그러나 4강까지 갔다. 꿈이 있었고 꿈은 이루어졌다. 2018년 한국은 FIFA랭킹이 61위다. 한국이 속한 F조는 세계 1위 독일과 10위권 내인 스웨덴과 멕시코가 있다. 그래도 꿈을 꾸어본다. 콩깍지는 허상이지만 때로 꿈이고 바람이고 희망이며 목표이기도 하다. 그 콩깍지 때문에 나도 내 아내를 만났다.

젊은이들이 콩깍지가 많이 씌워 짝짓기가 많아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