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 맞는 게 없는 찰떡궁합
우리 부부는 냉난방 조절 문제로 부딪치기도 한다. 더운 여름 나는 차를 타게 되면 에어컨을 켜야 한다. 내 아내는 그것을 끄라고 성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살짝 꺼버리거나 찬바람 나오는 구멍을 닫아버린다. 나는 더위를 못 참고, 찬바람이 좋다. 반면에 내 아내는 선풍기 바람에도 질색을 한다.
잠자는 것도 다르다. 나는 깡촌 출신이라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소위 종달새처럼 아침형 사람이다. 그런데 내 아내는 서울 출신에 올빼미 형이다. 신혼 초 그것 때문에 부딪히기도 했다. 밤이 깊어졌는데도 전혀 잠잘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남들은 잠잘 시간에 오히려 그때부터 일을 시작한다. 나는 “10시인데 자자. 빨리. 자자” 하고 조르면 먼저 자라고 한다. 밤 10시가 되었는데도 눈동자가 번쩍이고 생기가 나는 여자가 내 아내다. 나는 10시가 되면 눈동자는 반이 풀려 비몽사몽 제 정신이 아니다. 또 나는 누웠다 하면 3분 내에 쉽게 잠이 든다. 그런데 내 아내는 잠자리에 들어서도 만리장성 끝이 없다. 온종일 일을 다 섭렵하고 온갖 상념을 다한다. 별별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옆에서 해댄다. 그러다가 ‘잠들었어?’ 하고 겨우 잠든 나를 툭 친다. 그러니 야행성 아내하고 사는 나는 잠자는 것까지도 고달프고 힘들다.
결혼 전 내 아내는 나의 결단력과 과단성 등이 좋아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같이 살고 보니 그게 아니다. 어쩌다 말다툼이라도 하게 되면 나는 뒤끝이 없는 사람이다. 성깔대로 해대고 ‘나는 끝’ 하고 잠들어 버린다. 그런데 내 아내는 그때부터 시작이다. 끓이고 삭히고 속앓이한다.
“이 인간! 속 좋게 곯아떨어져. 뭐 뒤끝이 없다고.”
그래서 내 아내는 뒤끝이 없는 사람이 제일 싫다고 한다.
내향적 사람과 외향적 사람이 만나 갈등하기도 한다. 만일 같은 기질끼리만 짝이 된다면 지구는 재앙이다. 외향적 커플만 존재하는 사회라면 길거리가 얼마나 혼잡해질까? 도로가 2~3배로 계속 늘어나도 교통 체증은 심해질 것이다. 내향적 커플만 사는 사회라면 또 얼마나 적막강산이 될까? 모든 여행사는 다 문 닫아야 할 것이다.
동물은 이종교합으로 섞일수록 건강해진다. 부부도 다른 사람으로 만날 때 우성의 자녀, 건강한 2세를 둔다. 진정한 차이는 충동하는 것이 아니라 교류하고 공존하는 것이다. 동일성 속에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 속에서 동일성을 이룬다. 이것이 생존의 방식이고 사랑의 모델이다.
다른 것은 축복이다. 맞는 게 없다고? 천생연분 찰떡궁합인 줄 알고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