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 마음 속 어린아이를 보듬어라
[[제1618호]  2018년 11월  10일]

사람의 마음속에는 누구나 상처받은 어린아이가 존재한다좋은 집안 훌륭한 부모 밑에서 잘 보호받으며 자랐다고 해도 성장하는 동안 누구나 한 두 번의 좌절을 경험한다상처는 인간이 성장과정에서 당연히 얻게 되는 훈장이다.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라는 시구도 있지 않은가.

자라면서 받은 상처들이 부부싸움을 극단으로 몰아가는 근원이 된다시작은 미미하였으나 어린 시절의 상처가 개입해 그 끝은 그야말로 창대해지는 것이다어떤 의미의 부부싸움은 두 명의 어린아이가 싸우는 것과 같다대개의 부부싸움이 그토록 유치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번은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30대 가장이 우리 부부를 찾아 왔다.

외모도 훤하고 성격도 온유하며 회사에서는 능력을 인정받는 젊은이였다그 또래 가장들이 내 집 마련에 허덕이고 있을 때 그는 경제적으로도 안정기에 접어들어 있었다그런 그가 더 늦기 전에 이혼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남들 눈에는 잘나가는 그도 가정만큼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었다그는 아내와 가벼운 말다툼을 시작하면 반드시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것이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아내는 그냥 가볍게 던진 말에도 눈에 쌍심지를 켜고 덤벼들었다한번은 그가 월급날이 되기 전에 돈을 다 써버린 아내에게 무심코 한마디를 던졌다.

월급을 벌써 다 썼단 말이야당신 가계부는 쓰고 있어?”

그러자 아내가 도끼눈을 뜨고 남편을 향해 덤벼들었다.

아니이 사람이 어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덤벼?”

그럼 당신은 눈을 네모나게 뜰 수 있어그러니까 당신 말은 내가 친정에 돈을 빼돌린다는 거야?” “아니그런 뜻이 아니라 ….”

아내는 남편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큰소리로 마구 고함을 질러 댔다남편을 하도 어이가 없어 당신 성격이 좀 이상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가 더 큰 곤욕을 치렀다.

그래 나는 남편 몰래 돈 빼돌리는데다가 성격도 이상하다나랑 결혼한 게 후회스럽지?”

남편은 계속되는 아내의 거친 행동과 말투를 감당하기 어려웠다그래서 이혼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두 사람을 불러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그러다가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아내가 지독하게 가난한 집에서 날마다 부모의 말다툼을 보며 자랐다는 것이다어린 시절의 증오와 분노가 평생 동안 한 사람을 쫓아다니며 불행을 확대 재생산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은 순간이었다.

우리는 남편의 손을 잡고 말했다아내를 사랑한다면 마음속의 상처받은 어린아이를 보듬어 주라고우리는 이 부부와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대화를 나누었고 마침내 치유의 역사를 경험할 수 있었다.

부부는 육체의 배필만이 아니라 영혼의 배필도 되어야 한다상대의 상처를 따뜻하게 감싸 주고 보듬어 주려는 마음 없이 어떻게 영혼의 배필이 될 수 있을까 남에게는 내보일 수 없는 아픈 과거를 드러내고그것을 치유하기 위해 서로 돕는 것이 부부 아닌가싸우기 전에 먼저 마음속 어린아이를 보듬어라그래야 건강하게 싸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