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 내가 지구촌 남성들의 공통의 적이 된다 해도 | |
[[제1628호] 2019년 1월 26일] | |
우리 부부가 함께 부부 상담을 해온지 30년이 넘었다. 그동안 참 많은 안타까운 사연과 아픔들을 함께 했다. 이들이 겪는 갈등이 바로 내가 지나온 과거였기에 한 사람 한 사람 더 많이 들어주고 손 잡아줄 수 있었다. 그들이 갈등의 터널을 지나 햇빛을 볼 때 내 일처럼 기뻤고,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칠 땐 내가 할 수 있는 격려와 위로를 다해 지켜봐 주었다. 요즘 젊은 커플들은 작은 갈등도 잘 참지 못한다. 개인주의에 자기중심적인 세대다 보니 그들의 사고와 생활방식도 결혼 과정에 그대로 투영된다. 상대와 갈등이 생기면 안 참고 못 참는다.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배려가 부족하다. 어려서부터 마마보이, 마마걸로 자란 이들은 자기가 손해 보는 일을 하려 들지 않는다. 사랑하지만 얽매이기 싫다며 갈등을 해결하려 노력하기보다 성급하게 이혼을 택한다. 이혼이 서로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그들은 잘 알지 못한다. 자녀라도 있는 경우에는 더 심각하다는 것을 간과한다. 자녀가 자라면서 입을 30년 상처를 30분도 생각하지 않고 결정한다. 이혼 소송에서는 미성년자가 ‘사건 본인’이 된다. 그만큼 소송 당사자인 남편과 아내보다 자녀가 중요하다. 어느 사이엔가 우리 사회는 이혼에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게 되었다. 이혼도 쉽고 결혼은 더 쉽고 성에 대한 사고도 지나치게 개방적이다. 최근에 단지 명품 가방을 사고 싶어서 소위 ‘스폰 카페’라는 곳에 가입하고 성매매를 한 주부들까지 있다. 이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부부가 서로를 사랑하고 결혼을 지키기는, 둘만의 노력으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잘 살고 있는지, 다른 부부는 대체 어떻게 사는지 알 수 없어 어렵다. ‘내가 옳다, 네가 옳다’의 싸움은 객관적 중재자가 없을 때에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게임이다. 행복한 부부관계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결혼하기 전에 준비해야 하고 결혼한 후에도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갈등은 왜 생기는지, 대화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서로에게 힘이 되는 배우자는 어떤 사람인지 노력해야 한다. 우리 부부도 35년 전의 부부세미나와 아내의 대성통곡이 없었다면 아직까지 갈등의 계곡에서 헤매고 있을 것이다. 35년 전 가정생활 세미나는 우리 가정의 변화의 시작이고 축복이었다. 새해 벽두다. 새해라고 동쪽에서 솟아오르는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것도 아니고 하루가 25시간으로 바뀌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새해 새아침 한 가지를 다짐해 본다. 비록 내가 지구촌 남성들의 공동의 적이 된다 해도…. “금년에는 아내 말에 토 달지 말고 아내 말 더 잘 듣고 설거지도 더 열심히 해야지.” 살만하니 떠나는 게 부부다. 후회는 항상 늦게 오는 법이다. 아내 위해 하려고 맘 잡으니 할 수가 없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왜 할 수 있는 나이에는 사나이들은 하려고 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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