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물건 하나 사는데도

 

부부가 서로 부딪치기 쉬운 일 가운데 하나가 쇼핑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많이 달라졌지만, 남자들은 대체로 쇼핑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심지어 아내의 쇼핑을 따라나서는 일이 때로 곤욕스럽기도 하다.

신혼 초에 멋도 모르고 아내의 쇼핑에 따라나선 일이 있다. 백화점에서 옷을 고르는데 한참 동안이나 이 옷 저 옷 여러 벌을 입어 보던 아내가 불쑥 다른 매장으로 가자고 한다. 나는 점원 보기가 민망해서 얼굴이 붉어졌지만, 아내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매장으로 가서 이 옷 저 옷을 또다시 입어본다. 옷을 입어 볼 때마다 내게 와서는 색깔이 어떠냐, 디자인이 어떠냐, 이것저것 따져 묻기에 그저 “좋아, 괜찮아. 그거 사” 하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런데 웬걸, 아내는 입었던 옷을 벗어 놓더니 또다시 다른 매장을 가자고 한다. 그렇게 하면서 3개의 매장에서 1시간 30분을 보냈다. 그렇게 하고도 주저하고 있다. 마침내 인내심은 한계에 이르고 나는 폭발하고 말았다.

“옷을 살 거야, 말 거야? 나 먼저 집에 간다. 뭘 사든지 말든지 당신 맘대로 해!”

이렇게 내뱉고 혼자 씩씩거리며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그날 밤 우리는 한바탕 부부 싸움을 했다.

한번은 아내와 함께 미국에 살고있는 딸을 방문했다가 크리스마스 장식품 가게를 지나게 되었다. 크리스마스용품 가게 내 눈에는 볼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아내와 딸은 그 가게에서 보는 것마다 예쁘다고 탄성을 질러대며 도무지 떠날 생각을 안했다. 나는 아내와 딸이 구경을 다 끝낼 때까지 한구석에 놓인 벤치에 멍하니 앉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내가 앉았던 의자에 이런 글귀가 쓰여 있었다.

“Tired Husband’s Bench(피곤한 남편들을 위한 의자).” 아내의 쇼핑을 따라다니며 피곤함을 느끼는 것은 미국 남자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남편들이 아내와 함께 쇼핑하기를 싫어하는 것은 남자와 여자의 쇼핑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목표지향적인 남자들은 쇼핑하러 갈 때도 목표가 분명하다. 머릿속에 그림이 분명하므로 사냥감을 쫓듯 곧바로 돌진해서 필요한 물건을 산다. 비싸도 필요하면 산다.

반면 여자들은 필요없는 것도 싸면 산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것도 입어 보고 저것도 걸쳐 보면서 머릿속으로 온갖 연출을 다 한다.

‘이 옷을 입고 송년 파티에 갈까? 결혼식장 갈 때는 어울릴지 모르겠네.’

아내는 두 시간을 쇼핑하고도 고작 티셔츠 한 벌 달랑 사 가지고 나온다. 결국 두세 시간이나 나를 끌고 다니다가 나오면서 이런 핀잔까지 준다.

“당신 때문에 아무것도 못 샀어!”

목표지향적인 남자들과 달리 과정지향적인 여자들은 쇼핑 그 자체를 즐긴다. 남자들은 쇼핑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만 여자들은 쇼핑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부부 사이에도 서로 생각이 다르고 서로 다른 삶의 방식 때문에 갈등하게 된다.

그러나 그 다른 것은 축복이다.

– 두상달 장로

(사) 가정문화원 이사장
칠성산업(주) 대표이사
(주)디케이 대표이사
(사)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 회장 및 이사장
중동선교회 이사장 및 명예이사장
(전)사단법인 한국기아대책기구 이사장
(전)기독실업인회 중앙회장 및 명예회장
한국직장선교회, YFC 이사장
국내 1호 부부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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