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조선 27. 명절증후군

옛날엔 명절이 손꼽아 기다리는 즐거운 날이었다.
가족 간의 화목과 단합을 확인하는 날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명절이 가족 간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동서 간 갈등 표출되기도 하는 때다.

평소에 소통이 별로 없다가 갑자기 모이다 보니, 서로의 이기심이 발동하게 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부모가 개입되면 문제가 심화된다.
부모가 누구를 더 사랑하나, 엄마가 누구에게 더 많이 관심을 갖고 있나 이런 경쟁을 한다.
동서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생긴다.
예를 들면 작은 며느리는 직장에 다닌다, 그러면 일 끝나고 오느라 늦게 올 거야 하며 이해를 한다.
일하는 애라 힘들겠네 한다.

그런데 전업주부인 맏며느리에겐 넌 일찍 와서 일해라.
네 동서는 일하니 일 안 하는 네가 해야지. 그러다보면 갈등이 쌓이는 것.
왜 나만 해야 돼? 내가 일하려고 이 집에 왔나?
왜 어머니는 동서는 안 시키고 나한테만 이래? 왜 아랫동서만 챙겨?

아랫동서는 얌체같이 얼굴만 쏙 내밀고 어머니 저 하루 종일 일했어요.너무 피곤해요~
돈 봉투 내밀면서 어머니 여기요. 성의껏 넣었어요.
봉투 받은 시어머니 얼굴이 확 피어나는 걸 보며 맏동서는 앙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돈이면 다야?
그러니 명절이 괴로워 병이 생기는 게 명절 증후군이다.

현대명절은 전통적 관습이나 예절과 현대적 문화생활이 충돌하는 시기다.
남자들은 전통문화의 수호자가 되겠다는 생각인지 아내를 도와야 된다는걸 생각조차하지 않는다.

방에 모여앉아 술상차려 와라 안주 맛있는 거 좀 더 내와라 등 아내를 짜증나게 한다. 이젠 이런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라.
음식도 종류를 줄여라. 녹두전, 호박전, 두부전, 생선전, 고추전, 동그랑땡 등. 쭈그리고 앉아 그거 부치느라 무릎 통증에 요통 목 디스크 생긴다.
(여자들은 동서차별, 그리고 남편은 어머니 말만 들으면서 아내 험담하거나, 아내가 일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태도에 열 뻗친다.
아, 이래서 대한민국 어머니들이 화병이 생기는구나.)

그러나 관계가 좋으면 일을 많이 해도 힘들지 않다.
관계가 힘들면 손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다. 모인다는 것 자체, 만난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이제 음식 가지수도 줄이고 손이 많이 가는 건 아웃소싱하자!
며느리가 옛날처럼 시댁 일에 발 벗고 나서리라는 생각을 말아야 한다.
명절 장면, 남자는 도착하자마다 거실에 가서 바로 고스톱 치는 판에 껴서 놀고, 여자는 옷도 제대로 못 갈아입고 부엌으로 가서 일해야 한다.

어떤 남자들은 집에서는 설거지를 해도, 시댁에 가면 그저 어머니 근처에 앉아서 노닥노닥.
속마음은 이렇다.
어머니 나 이 정도로 대우받고 살아요~ 저 이만큼 군림하며 살아요.
그러다보니 아내를 앞에서는 함부로 하는 내 남편을 어찌할꼬.
고부갈등, 시누이갈등, 동서갈등을 누구에게 말하겠나.

남편에게 말하면서 풀고 싶은 것이 아내 마음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갓길에 차세우고 싸운다.
이럴 땐 남편이 아내 편 들어주자. 설거지는 남편이 한다든지, 밥상을 들어준다든지.
어머니가 나서서 며느리한테 과일 먹자고 하고, 설거지는 아들들에게 하라고 시키자.
그러면 별거 아닌데도 며느리한테 우리 어머니 정말 깨이신 분이구나 하고 깨닫게 한다.

이른바 시어머니의 득점찬스.
음식은 간단하게 먹을 만큼만 하는 걸로 하면 좋겠다.
전이나 잡채를 많이 해서 싸주는데, 과일 많이 사서 나눠 주는 게 좋겠다.
음식은 빨리 안 먹으면 기름지고 맛없고 살찌고 그러는데, 과일은 누구나 다 좋아한다. 그리고 오래 두고 먹어도 좋으니까.

차라리 일 빨리 끝내고 동서들끼리 찜질방을 가거나 불가마로 보낸다.
고스톱 할 때, 시어머니랑 며느리랑 한 편 먹으면서, 나와 넌 여성 동지다.
여성 동지란 것을 강조하며 친밀감 형성. 며느리랑 어머니가 서로 편해야 아들이 편하다.
내 아들이 편하려면 내가 며느리랑 사이가 좋아야 한다.
이런 집이라면 명절 증후군이란 말도 무색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