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성으로 듣는 것이 대화의 장벽이 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여자보다 남자들이 건성으로 듣는 경향이 있다. 나는 이를 닦을 때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한다. 이를 닦다보면 타액을 흘리기도 한다. 그래서 세면대나 욕조 위에서 칫솔질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가끔 나는 참 신기한 일을 경험한다. 어느날 아내와 딸이 같이 마루에서 이를 닦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딸은 신문을 뒤적거리며 이를 닦고 있고 아내는 TV를 보며 걸레질을 하면서 이를 닦고 있다. 참으로 희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녀가 화장실이 아닌 마루에서 이를 닦고 있는 것이다. 아니 이만 닦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동작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주동작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이닦는 일이 우선인지,아니면 신문을 보는 일이 우선인지 주된 일이 무엇인지 분간이 되질 않았다.

어떻게 여러 가지 동작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을까? 때로는 나는 아내로부터 구박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아침에 누누이 말했는데 못들은 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들은 기억이 없다. 그래서 다시 물어보면 아침식사할 때 분명히 이야기했는데 그렇게 모른 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남자들은 아침식사를 하면서도 출근해서 만날 사람과 그날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한다. 이런 때는 음식이 짠지,쓴지도 모르고 밥맛도 모른다. 음식을 그저 입속에 퍼담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아내가 하는 말이 잘 들릴 리가 없다. 신문을 보고 있을 때에도 아내가 말을 하면 잘 알아듣질 못한다. 그것이 불만이고 싸움이 되기도 한다. 어린아이를 기를 때에도 그렇다. 한밤중 곤한 잠결에도 다른 방에서 우는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를 아내들은 신기할 정도로 잘 알아 듣는다. 그리고 가서 수습을 한다.

그런데 남편들은 그런 것을 알지도 못하고 아침을 맞는다. 잠에 취하면 그저 잠자는 일 한 가지밖에 모른다. 간밤에 아이가 울었는지,전쟁을 치렀는지도 모른다. 그것도 모르고 무심하게 코를 골며 잠자는 남편이 때로는 야속한 것이다.

남자는 모노트랙칩이 내장된 신체구조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순간순간 하나의 특화된 일에 집중한다. 한번에 한 동작,한 가지 일을 처리한다. 그러나 여자의 뇌에는 다중트랙칩이 내장되어 있다. 그래서 관련없는 일들도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아내들이여,용서해주라! 남편이 건성으로 듣는 것이 아니다. 동시에 두 가지 기능과 동작을 완벽하게 못해낼 뿐이다.

두 상 달 가정문화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