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은 쇼핑의 계절이기도 하다. 돈 씀씀이와 쇼핑으로 부부가 싸우기 쉽다. 나는 물건을 사러가면 대충 보고 쉽게 물건을 산다. 그런데 내 아내는 다르다.
신혼초 옷을 사러 갔다. 이것저것 옷을 고르고 입어보는데 무려 30여분이 걸렸다. 그러고도 다른 점포로 가자고 한다. 여러 옷을 흐트려놓았고 시중 들어준 점원에게도 미안했다. 그렇게 하기를 세번째. 1시간30분이 지났다. 옷을 사려는 것인지,아닌지 나는 혼란스러웠다. 짜증은 물론 은근히 화까지 치밀어올랐다. 90여분이 지나니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다. 그것도 모르고 다가와서 물어본다. “이 색깔은 어때요?” 나는 드디어 폭발했다. “옷을 살거야,말거야. 나 먼저 간다”하고 집으로 와버렸다. 멋모르고 아내를 따라 나섰다가 화를 자초했다. 아내는 평소에는 물건 사는 일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하물며 쇼핑중독성이 있는 사람과 같이 살아야 하는 팔자라면 얼마나 자주 전쟁을 치러야 할까? 남자는 쇼핑하러 갈 때 목표가 분명하다. 사려는 물건이 정해져 있고 생각속에 그림이 분명하므로 망설이지 않고 사냥꾼처럼 그 물건만 산다. 그리고 1시간이 넘으면 머리가 아프고 집에 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그런데 여자들은 다르다. 분명한 그림이 없이 수집가처럼 어슬렁거리며 쇼핑을 한다. 따져보고 비교한다. 물건을 들었다가 놓아보고,이걸 입어보고,저걸 걸쳐보고 망설이며 갖은 연출을 다 해본다. 이걸 입고 파티와 망년회에도 가고,집앞을 거닐어도 보고,결혼식장에도 가보는 온갖 상상과 리허설을 다 해본다.
그렇게 어렵사리 구입한 뒤 집에 와서 또다시 입어보며 망설인다. 그러다가 심지어 반품까지 한다. 남자는 비싸도 필요하면 산다. 그러나 필요없는 물건도 싸면 사는 게 여자다. 바겐 세일할 때 플라스틱 바가지만 하나 더 끼워줘도 여자들이 바글바글하게 모여 든다. 그래서 아내와 쇼핑을 가면 나는 아예 아이스크림 집에서 독서를 하며 기다린다. 나는 행복한 세대를 살았다.
요즘 젊은이들은 다르다. 오늘의 2030세대가 그랬다가는 당장 파경이다. 쇼핑에 동행해주지 않아도 되는 세대,그러고도 큰소리치며 살아온 남성들이여! 주말에는 아내를 위하여 멋있는 옷을 사러가는 데이트를 꼭 해보길…. 메리 크리스마스!
두상달 가정문화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