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인 니글렉트(Benign Neglect)’라는 말이 있다. 외교 경제 용어로 사소한 문제를 무시해버렸다가 국가 간 큰 사건으로 비화되는 것을 말한다. 가정이나 조직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연예인들이나 주부들이 감기처럼 찾아온 일시적 우울증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치명적 결과를 빚기도 한다. 네티즌의 악성 댓글로 자살한 젊은 여가수의 죽음이 그렇다.
연예인을 평가하는 기준은 대중의 인기다. 정상급의 인기를 유지해야만 하는 과제는 스트레스이고 연예인들을 항상 초조하게 만든다. 한 번에 대박이 나기도 하지만 그 다음 결과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또 설 수 있는 무대를 잃어버렸거나 어떤 일에 실패했을 때 밀려드는 좌절감을 극복하지 못하면 심한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연예인들의 실상을 모른 채 달리는 악플은 우울증에 시달리는 연예인에게는 치명적이다.
주부들에게도 똑같은 열병이 있다. 중년이 되면서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고 신체적 정서적으로 변화의 파도를 경험한다. 나이가 들면서 사회적 시각(Social Clock)에 비해 자신의 시계가 뒤처져 있음을 알게 된다. 젊음과 활력,세월의 상실감에 빠져든다. 열심히 뒷바라지해줬던 자녀들도 사춘기를 지나면서 더 이상 품안의 자식이 아니다. 바로 ‘빈둥지증후군’에 빠지게 된다. 남편들은 아내들의 말에 짜증을 내고 무관심하기 일쑤다. 그래서 가슴이 시리고 쉽게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우울증세가 있는 주부들에게는 비난의 말도 치명적이다. 비난의 말은 병을 더욱 증폭시킬 뿐이다. 이때 가족의 작은 관심과 배려가 주부 우울증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연예인들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 주부들도 감정을 나눌 수 있는 내 편이 필요하다. 나를 받아주고 나의 외로움과 불안감을 지울 수 있는 가장 좋은 사람은 가족이다.
이제 곧 설이다. 명절이 오면 명절증후군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부들이다. 연예인들 역시 명절이 되면 더욱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가정주부의 ‘주’자를 빼면 ‘가정부’가 된다. 연예인에서 ‘예’를 빼면 만인의 ‘연인’이 된다. 가정부 같은 노동의 설움과 만인의 환상 속에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한 마디 위로와 격려의 말로 우울증이 추방되기를 소원해본다.
두상달 이사장(가정문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