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이야기 2011년 9월호>

‘결혼에도 면허증이 필요해’
결혼(Wedding)이 아닌 결혼(Marriage)을 준비하라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은 혼수를 장만하고 신혼여행을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일생에 한 번밖에 없는 결혼식, 폼 나고 광나게 치러야지.” 이런 심리에 편승해 예식업자들도 호화찬란한 결혼식을 부추긴다. 빛을 얻어서라도 나에게 처지지 않는 결혼식을 해야 목에 힘이 들어간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돈을 써 가며 사치스럽게 준비한 결혼식은 단 30분이면 끝이 난다. 화려한 결혼식이 행복한 가정을 보장해 준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세계적으로 호화찬란했던 영국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결혼식을 보라. 그 종말이 어떠했나? 호화찬란한 결혼식을 치르고도 걸핏하면 헤어지는 게 요즘 세상이다. 어떤 젊은이는 결혼식장에서 드레스를 잘못 밟아 찢어졌는데 그 것이 시비가 되어 갈라섰다. 결혼 날짜를 잡아 놓고 준비하다가 혼수 문제로 끝장이 나는 커플도 있다. 심지어는 신혼여행을 갔다가 헤어져 따로따로 돌아오기도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준비 없는 결혼이 문제다. ‘결혼식(Wedding)’만 준비했지 ‘결혼(Marriage)’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다. 행복한 가정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결혼식이 아니라 결혼이다. 참된 결혼에는 물질적 혼수가 아니라 정신적인 혼수가 따라야 한다. 결혼의 원리와 올바른 결혼관 그리고 남녀의 차이, 대화의 기술과 갈등의 해결, 부부의 역할, 아름다운 성생활 등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하나 되어 평생 살아가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남녀가 만나서 사랑을 할 때는 많은 약속을 주고 받는다. 그러나 막상 결혼을 하고 나면 그런 약속이 물거품이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남자는 결혼 후에 달라진 태도를 보일 수 도 있다. 남자는 목표지향적인 존재여서 연애할 때는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온갖 황홀한 약속을 다한다. 별의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동원해 여자의 환심을 사려고 애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도 아내를 꼬이기 위해 이런저런 약속을 남발했다. “당신 손은 어쩌면 이렇게 예쁠까? 진짜 귀부인 손이야. 결혼하면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살게 해 줄게.”여자는 남자의 이런 약속에 귀가 솔깃해진다. 그래서 마음을 열고 결혼을 결정한다. 하지만 남자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 나면 과거의 약속들을 잊어버린다. 이미 잡은 고기인데 먹이를 주겠느냐며 아내를 소홀히 대하기도 한다.

“완전히 사기 결혼을 당했어요. 남편의 태도가 어쩌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요? 내 남편이 이런 사람인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아내들은 달라진 남편의 태도를 두고 이렇게 하소연한다. 그런가 하면 그동안 살아온 방식의 차이로 사사건건 충돌하기도 한다. “제 남편은 날마다 양말을 뒤집어 놓아요. 신문을 보고 나면 아무데나 던져 놓고 세수만 해도 욕실이 온통 비눗물 투성이랍니다. 도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고 자란 건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에요.” 이런 작은 생활 습관의 차이가 갈등의 원인이 된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하루아침에 고치기는 힘들다. 그런데도 단번에 버릇을 삭 고쳐 놓겠다고 덤볐다가 상처만 입고 나가떨어진다. 이런 부부들은 어디서부터 갈등이 비롯되는지,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다른지,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고 어떻게 새로운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는지, 도무지 아는 게 없다. 액셀러레이터 밟을 때와 브레이크 밟을 때를 분간하지 못하고 아무 때고 신호 위반을 한다. 그래서 결혼에도 면허증이 필요하다. 무면허 운전자들이 곳곳에서 충돌 사고를 일으키듯 결혼 면허증이 없는 남편과 아내도 번번이 충돌 사고를 일으켜 상처를 주고 받는다.

정신적인 혼수, 이것은 무형의 자산이다. 결혼한 두 사람은 자신이 장만한 정신적인 혼수로 서로 기쁘고 행복하게 해 주어야 한다. 왕비처럼 호화로운 결혼식을 하면 뭐 하나? 준비 없는 결혼은 시행착오와 후회의 연속일 뿐이다. 그러나 조촐한 결혼식에 그쳐도 정신적 혼수를 풍성하게 장만한 사람들의 결혼은 진정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