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챤CEO 2월호>
만짐의 기적, 몸도 마음도 만져라
‘노인 3명 중 2명 성생활’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노인의 안전한 성생활을 위한 연구결과’에서 밝혀진 결론이다. 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노년의 성생활도 이젠 정부차원에서 관심을 갖는 단계에 왔다. 지극히 개인적인 가정사라 생각하겠지만 성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노년가정도 위기를 맞을 수 있고 이는 결국 국가적 손실이기 때문이다.
성(性)이란 결국 접촉이다. 꼭 섹스를 하지 않는다 해도 잦은 접촉만으로도 부부관계는 훨씬 윤택해 질 수 있다. 부부간 살을 맞대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관계라 도 친밀감이 떨어지고 서먹해진다. 평소 포옹이나 손을 잡는 정도의 습관이라도 가져보자. 천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접촉이 더 큰 효과가 음을 알게 될 것이다.
< 만지며 삽시다>
사람은 온몸에 접촉수용체 세포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자꾸 어루만져 주고 접촉을 해 주어야 면역세포가 살아나서 건강해진다. 육체적 접촉이 결핍된 아이들은 ‘마라스무스(Marasmun)’라는 특이한 병에 걸리게 된다. 흔히 영양실조증으로 알고 있는 이 병은 어린아이들이 특별한 원인 없이 시들어 죽음에 이르게 되는 병이다. 이 병을 발견한 르네 스피츠 박사는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는 국립병원의 원장이었다. 그는 병원에 수용된 아이들이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는데도 잘 자라지 못하고 시들시들 죽어 가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멕시코로 휴양을 떠났다가 빈민촌의 고아원에 맡겨진 아이들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시설이나 영양 상태가 훨씬 뒤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자랐다. 스피츠박사는 오랜 관찰과 연구 끝에 이 아이들이 날마다 찾아오는 자원봉사자들로부터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는다는 것을 알았다. 자원봉사자들이 늘 안아 주고 쓰다듬어 주고 이야기를 들려 준 덕에 아이들은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갓 태어난 아기를 엄마로부터 떼어 낸 분유만 먹인다면 면역결핍증에 걸려 잘 자라지 못한다는 연구가 있다. 사람은 먹이만 주면 성장하는 단순한 유기체가 아니다. 사람은 사랑을 먹고 사는 존재이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신체적 접촉은 생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 인튜베이터의 기적>
미국에서 있었던 ‘인큐베이터의 기적’ 사건 역시 이런 사실을 잘 뒷받침해 준다.
미숙아로 태어난 쌍둥이 자매가 있었다. 원래 인큐베이터에는 한 아기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쌍둥이를 따로따로 인큐베이터에 넣었다. 그런데 한 아기는 건강하게 잘 자라는데 다른 아기는 맥박도 떨어지고 호흡도 불규칙해져서 아무래도 살아나기 어려워 보였다.
몹시 안타깝게 여기던 간호사는 문득 두 아기를 함께 있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존의 가능성이 없어 의료진은 마지막으로 건강한 아기를 죽어 가는 아기의 인큐베이터에 함께 넣었다. 그러자 건강한 아기가 팔을 뻗어 죽어 가는 아기를 감싸 안아 주는 것이었다. 몇 시간 뒤에 기적이 일어났다. 죽어 가던 아기의 맥박과 호흡이 전부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 기적의 주인공들은 지금까지도 어여쁜 소녀로 잘 자라고 있다고 한다.
사람은 사랑으로 성장한다. 부모와 신체적 접촉이 많은 아이들이 건강하고 두뇌도 더 좋으며 정서적으로도 훨씬 안정되어 있다는 보고도 있다. 캘리포니아의 임상의사 빌 존스는 가출 청소년의 90퍼센트 이상이 접촉결핍증에 걸려 있다고 했다. 사느라고 바빠서 가족간의 접촉이 결핍된 오늘날의 슬픈 풍경이다.
옛날 대가족 시절에는 함께 사는 가족이 많다 보니 신체적인 접촉이 훨씬 풍부했다. 엄마 아빠가 만져 주지 못하면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삼촌들이 다투어 안아 주고 업어 주었다. 그래서인지 옛날에는 문제 청소년도 훨씬 적었다. “엄마손은 약손, 할머니 손은 약손!”이 정말 맞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부부간에도 자주 안아 주고 만져 주는 일이 필요하다. 다 자란 어른들도 자꾸 만져 주어야 정서적인 만족감을 얻는다. 그런데 만지긴 만지되 어디를 어떻게 만져야 할까? 아내들은 어디를 만져 주는 것을 가장 좋아할까?
한번은 강연이 끝나고 나서 한 남자가 조용히 나를 찾아와서는 쑥스럽게 물었다. “아까 강사님께서 아내를 자꾸 만져 주라고 하셨는데 어디를 만져줘야 할까요?”
바로 ‘마음’이다. 남편들은 몸을 만지는 것을 더 좋아하겠지만 아내들은 마음을 만져 주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