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이야기 2012년 4월호>
문제가 생기면 전문가를 찾아라
– (사)가정문화원 두상달이사장
얼마 전 힐리언스 선마을에서 가정문화원 부부캠프가 있었다. 우리 부부는 20대부터 60대까지 전 세대에 걸쳐 참석한 부부들을 상담해 주었다. 짧은 상담시간 때문에 모두 아쉬워하면서도 답답함을 호소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잠시라도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니 살 것 같더라는 얘기다.
문제없는 가정은 없다. 해결하는 방법을 몰라 문제를 키우는 것이 문제다. 지금은 멘토의 시대다. 부부에게 올바른 멘토만 있어도 갈등은 사라진다.
요즘처럼 전문가를 찾기도 어려웠던 25년전에 나도 그런 멘토를 만났다. 멘토를 찾고 난 이후 우리 가정은 달라졌다.
< 나를 변화시킨 부부교육>
여러 가지로 미숙했던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많은 상처를 주고 있었다. 어느 날 아내가 내게 생각지도 않은 한 가지 제안을 해 왔다.
“여보, 부부세미나라는 것이 있는데 한 번 참석해 보지 않을래요?”
“내가 미쳤다고 그런 곳에 참석하겠어?”
그때까지 나는 내 자신이 비교적 괜찮은 남편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밥을 굶기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폭력적이거나 권위적인 남편은 더욱 아니었다. 나름 지성과 교양을 갖춘 엘리트로서 부부세미나 같은 곳에 참석해 남의 강의를 듣는 일이 내게 가당치 않은 일로 생각되었다.
“그런데는 부부사이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이나 참석하는 거지. 우리 부부야 아무 문제도 없잖아.” 아내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내 손을 붙잡고 말했다.
“그래도 재미삼아 한 번 가 봅시다. 혹시 알아요? 우리 부부에게도 무슨 문제가 있는데 그동안 모르고 살아왔을지.” 나는 아무래도 내키지 않았지만 아내의 손에 이끌려 세미나에 참석을 했다. 그런데 첫 강의가 끝날 무렵 갑자기 아내가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 여자가 대체 무슨 짓인가. 남편 망신을 시켜도 유분수지.’ 아내의 통곡 소리에 사람들이 힐끔힐끔 나를 쳐다보았다. 민망하고 당혹스러웠다. 다들 속으로 이렇게 생각할 것이 뻔했다.
‘남편 인상을 보니 아내 속깨나 썩이게 생겼어. 그동안 얼마나 한이 쌓였으면 아내가 저렇게 슬피 울까?’
나는 아내가 왜 그렇게 슬피 우는지 도무지 알 수 가 없었다. 내가 그렇게 못된 남편이었나? 내가 잘못한 것이 그리도 많았나? 그래도 괜찮은 남편이라고 자부해 왔는데 아내의 가슴속에 그토록 서러운 눈물이 쌓여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여보, 뭐가 그렇게 슬퍼서 울어? 내가 혹시 당신에게 잘못한 것이라도 있어?” “혹시라고요?” 아내는 더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그날 나는 지나온 날을 돌아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스스로 멋있고 부족함 없는 남편이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는 동안 아내는 나에게 많이 지쳐 있었다. 공격적인 대화, 명령하는 듯한 말투, 다혈질의 급한 성격, 나의 기억도 나지 않는 수많은 말과 행동들로 아내의 마음은 상처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그날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때 내가 부부세미나에 참석하지 않았더라면 아내의 통곡소리를 듣지 못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마 나의 문제점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고 우리 부부는 죽을 때까지 가해자와 피해자로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아내의 통곡소리는 우리 부부의 삶을 바꾸어 놓은 등대였다. 그 울음이 오늘날의 우리 부부를 만들었다.
< 문제가 있을 땐 전문가에게 코치를>
많은 부부들이 문제가 있어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거나 혹은 인정하지 않은 채 살고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사람들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문제를 해소해 간다. 자신의 문제와 정직하게 대면하려 들지 않는 것은 비겁한 일이기도 하지만 불행한 삶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어리석은 짓이다.
우리나라에는 열린 자세로 자신들의 부부 문제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조언받으려는 문화가 부족하다. 부부문제를 남들 앞에서 이야기 하는 것은 집안 망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껏 찾아가는 것이 가까운 친구나 지인이다. 친구나 지인에게 속을 털어놓고 조언을 받는 일도 도움은 된다. 그러나 아무런 전문 지식이 없는 이들이 감정에 치우쳐 던지는 이야기들은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왜 그러고 사니? 그냥 갈라서 버려.” “문제 없는 집이 어디 있어? 부부가 다 그렇지 뭐. 그냥 그냥 참고 살아라.” 이렇게 해서 미리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는 문제도 곪아 터져 피고름이 흐를때까지 방치하다가 결국 이혼에 이르게 된다. 그 결과 우리나라 이혼률은 OECD 국가 가운데서 상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혼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당자에게 고통이 되는 것은 물론 자녀들을 비롯한 나머지 가족들에게도 피해와 상처를 준다.
이혼을 결정하는 부부들은 한결같이 더 이상은 길이 없다고 고개를 젖는다. 그러나 부부관계를 리모델링해서 행복을 되찾을 길은 분명히 있다. 문제는 리모델링해서 행복을 되찾을 길은 분명히 있다. 문제는 리모델링을 어떤 업자에게 맡길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인생이 걸린 중대한 문제를 무허가 업자에게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리모델링을 제대로 하려면 경험 많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가정문제 전문 기관이나 교육받은 상담가들이 당신의 멘토가 되어 줄 수 있다. 그들은 갈등을 해결하고 더 좋은 부부 관계를 만들기 위한 해법을 알고 있다. 원만한 부부 관계나 행복한 가정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좋은 아내, 훌륭한 남편도 저절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가르침을 받아 배우고 익혀야 한다. 갈등은 왜 생기는지, 대화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남편 노릇 아내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올바른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문제가 있을 땐 숨기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라. 전문 지식을 갖춘 사람들에게 코치를 부탁하라. 훌륭한 코치에게서 훈련받은 선수라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