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바꿔봐도 마찬가지
[[제1438호] 2014년 12월 6일]
미국의 30대 대통령 쿨리지 부부가 양계장을 방문한 일이 있다. 닭들이 교미하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던 부인이 농장 주인에게 물었다.
“이 닭들은 날마다 이렇게 교미를 하나요?”
“예, 날마다 이렇게 합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쿨리지가 다시 물었다.
“늘 똑같은 짝하고만 하나요?”
“아니, 날마다 짝을 바꿉니다. 상대를 바꾸면 교미 횟수가 늘어나거든요.”
쿨리지 대통령 부부의 일화에서 생겨났다고 해서 이것을 ‘쿨리지 효과’라고 한다. 즉 성적으로 반응이 없던 수컷이 새로운 대상을 만나면 반응이 되살아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물론 사람이 닭과 같을 리는 없다. 그러나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것처럼, 배우자를 바꾼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 심리는 사람에게도 존재한다.
이런 기대 심리 때문일까?
유명한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무려 여덟 번이나 결혼을 했다. 최고의 배우, 사업가, 예술가, 대부호, 심지어는 트럭 기사까지. 상대의 직업도 다양했다. 그러나 처음의 기대와는 달리 모두 실망만 안겨 줄 뿐이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누구와 함께 살고 있었을까? 개 한 마리와 외롭게 살았다.
개는 남자보다 더 좋은 이유가 있다고 한다. 개는 때맞춰 먹이를 주고 귀여워해 주기만 하면 된다. 화날 때 발로 차고 화풀이를 좀 한다고 해서 주인의 뜻을 거스르지도 않는다. 두 마리를 키워도 뒤탈이 없고 어미 개로부터 간섭을 당할 일도 없다. 사람보다는 훨씬 편안하고 믿을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결국 그녀는 개와 더불어 행복을 찾은 것일까?
엘리자베스 테일러만큼은 아니더라도 한두 번의 재혼에는 너그러운 세상이 됐다. 새로운 삶의 대안으로 이혼이 권장되기도 한다. 문제는 재혼의 성공률이 낮다는데 있다. 재혼자의 이혼율이 초혼자보다 1.5배 정도 높다.
그러니 ‘첫 번째 배우자랑 그냥 살걸’이라고 후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신던 구두가 마음에 맞지 않아 새 구두를 신어 보지만 발에 물집만 잡히고 고통만 더 심해진 것이다. 심지어는 언덕 피하려다 태산을 만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혼이나 재혼이라면 아예 손사래를 치는 이들도 있다.
“아휴, 결혼이 뭐 좋은 일이라고 두 번, 세 번을 해요? 지금까지 겪었던 고통을 처음부터 다시 겪으라고요? 그냥 참고 살랍니다. 바꿔 봐야 그놈이 그놈 아니겠어요?”
부부 사이가 좋고 결혼 생활이 행복해서가 아니라 웬만한 고통쯤은 결혼의 숙명이려니 생각하고 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통이 결혼의 숙명이라면 왜 결혼하려고 하는 걸까? 더 나은 삶, 보다 큰 행복의 약속이 있기에 결혼하는 것 아닌가?
옛날 희랍인들은 결혼하는 신랑 신부에게 승리를 상징하는 월계관을 씌워 주었다고 한다. 하늘 아래 수 억의 남자와 여자 가운데 단 한 명의 남자와 여자가, 단 한 번으로 끝내야 하는 결혼의 문에 들어선 것을 진정한 삶의 ‘승리’로 여겼기 때문이다. “행복의 문 열리어라. 행복을 누릴 자 들어온다”라는 아름다운 합창 소리와 함께 하얀 웨딩드레스에 면사포를 쓰고 들어오는 신부의 모습은 확실히 환희에 찬 승리자의 모습과 같다.
그런데도 결혼 생활이 불행하다면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배우자가 도무지 글러 먹었기 때문일까? 배우자를 바꾸어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면 바라던 행복을 약속 받을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