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서로 다른 사랑의 방정식
[[제1445호] 2015년 1월 31일]
결혼의 환상이 깨지고 서로의 단점이 드러나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대부분의 부부들이 갈등이 생겨나면 사랑도 깨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부부 갈등은 ‘서로 사랑하지 않아서’ 생기는 게 아니다. 아예 사랑하지 않는다면 갈등도 있을 리 없다. 그보다는 ‘사랑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어서 생긴다. 즉, 상대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내 방식대로 사랑하려 들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을 의미있게 생각한다. 그냥 지나쳐 버리면 인생 전체가 배반당한 듯한 서운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 날을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가는 무심한 남자로 찍혀 버린다. 평소에 아무리 잘해도 면죄부를 받지 못한다.
그러나 남자들은 무슨 무슨 기념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결혼기념일이나 생일도 일 년 365일 중 다른 날과 똑같다. 오히려 조금은 거추장스럽기도 해서 여느 날처럼 그냥 지나가기를 바라기도 한다. 기념일 챙기는 것도 정성과 사랑으로 한다기보다 의무 방어전을 치르는 기분으로 한다. 아내에게 찍히지 않기 위해 등 떠밀려 하는 것이다.
더욱이 여자들은 조그만 선물 하나에도 곧잘 감동을 한다. 남편이 갑자기 사 들고 온 장미꽃 몇 송이에 온 마음으로 감격한다. 반면 꽃다발 받고 죽어라 좋아하는 남자들은 거의 없다. 꽃다발 같은 것에 큰 의미를 두지도 않을뿐더러 꽃다발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남자들을 이상한 남자 골빈 사람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보나마나 여자 뒤꽁무니나 졸졸 쫓아다니는 한심한 녀석이겠지.’
내 아내도 생일에 장미꽃을 받고 싶어했다. 한 달 전부터 “장미꽃, 장미꽃” 노래를 불렀다.
“11월 8일이 내 생일인거 알지? 나 장미꽃 받고 싶어!”
드디어 아내의 생일, 11월 8일이 되었다. 아내는 출근하는 나에게 다시 한 번 말했다.
“여보, 오늘 내 생일이다. 이따 퇴근할 때 장미꽃 사 와야 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집을 나섰다가 이내 되돌아갔다. 그러고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 아내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생일 축하해. 그런데 장미꽃은 이 돈으로 당신이 좀 사.”
좋아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아내의 표정이 차갑게 일그러졌다. 나는 찜찜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대로 출근을 했다. 그날 밤 우리 집 분위기가 어땠을지는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물론 나는 나대로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돈 잃고 사람 잃고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었으니 말이다. 차라리 돈이나 주지 말걸…. 돈을 준 것은 사고 중에서도 대형 사고를 친 것이었다. 나는 이렇게 꽃값을 주고도 아내에게 찍히고 말았다.
상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는 관심도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고, ‘무조건 내 방식대로 사랑하기!’ 이것이 부부 사이를 엉키고 꼬이게 만든다. 그래서 결국은 사랑하면서도 사랑에 실패하고 결혼하고서도 헤어짐에 이르게 된다. 참된 사랑이란 ‘내가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대로’ 행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