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아내를 왕비로
[[제1501호]  2016년 4월  23일]

평소 잘 아는 분이 우리 부부의 강연을 들으러 왔다. 고지식할 정도로 원리 원칙을 중요하게 여기는 까칠한 분이다. 그 까다로운 성격 때문에 부인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까지도 마음고생을 한다. 그런데 강의가 끝난 후 나를 찾아와서는 강의 사례들이 꼭 자신 집안 이야기를 말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큰 감동과 도전이 되었다고 했다.

그로부터 몇 달 후에 그 분의 부인을 만난 우리는 깜짝 놀랐다. 얼굴 표정이 달라졌다.

피부가 곱고 화사하게 피어나 몰라볼 만큼 예뻐진 것이다. 부인은 강연을 듣고 나서 남편이 완전히 변했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남편이 조금 변하고 나니 세상을 다시 사는 것 같고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여건이 좋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다. 갖출 것은 다 갖춘 부부가 있다. 아내는 빼어난 미인으로 교양이 넘치는 여자이다. 좋은 가문에 일류 대학을 나왔다. 남편은 미끈한 외모에 소위 ‘사’ 자 붙은 직업을 가진 잘나가는 사람이다. 누가 봐도 한 쌍의 잉꼬처럼 잘 어울리는 부부다.

그러나 겉모습과는 달리 아내는 무척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 남편은 매우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다. 걸핏하면 아내를 무시하고 상처를 준다. 자신은 왕이기를 바라면서 아내에게는 왕비 대접을 해주지 않는다.

남편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 아내는 무력하고 왜소해 보인다. 크고 아름다운 눈에는 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높은 콧날도 어쩐지 차갑게 느껴진다. 말 엉덩이에 밀가루를 바른 것처럼 화장발도 잘 받지 않는다. 몸가짐도 어딘지 모르게 위축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이 부부와 아주 대조적인 부부가 있다. 아내 얼굴은 자유분방형으로 예쁘다고는 할 수 없다. 이목구비의 배치가 조화롭지 못하고 콧등에는 무허가 건물까지 들어서 있다. 그 흔한 성형외과에tj도 어떻게 리모델링을 해 볼 상황이 아니다. 미인계라는 말에는 경기를 느낀다.

그런데도 늘 밝은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다닌다. 이목구비의 위치야 어쩔 수 없을지언정 피부는 곱고 투명하다. 외모와 달리 구수한 정이 넘치는 데다 유머 감각까지 갖추고 있다. 사람을 끄는 매력도 있다. 무슨 일을 해도 늘 자신감과 활기가 넘쳐흐른다. 만나는 사람의 기분까지 유쾌해지고 끌리는 데가 있다. 알고 보니 몹시 자상한 남편을 두고 있다. 아내를 금이야 옥이야 귀중하게 여긴다. 이런 관심과 배려가 있어 외모와는 달리 아내는 왕비처럼 당당할 수 있는 것이다.

아내는 남편의 가장 큰 보물이다. 그 보석을 갈고 닦아 광채를 내는 사람은 바로 남편이다. 여자는 칭찬과 격려를 들으면 들을수록 빛을 내는 존재이다. 남편의 사랑과 보살핌을 먹고 화사하게 피어나는 한 송이 꽃이다.

지금 내 아내의 표정을 돌아보자. 아내의 피부와 표정은 남편의 사랑과 배려를 읽을 수 있는 거울이다.

왕으로 군림하고 싶은 남편들이여! 먼저 당신의 아내를 왕비로 만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