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부부는 함께 달리는 파트너
[[제1513호] 2016년 7월 23일]
어린 시절 운동회 경기 중에 ‘이인삼각’ 경기라는 게 있었다. 두 사람이 다리 하나씩을 수건으로 묶고 함께 달리는 경기이다. 이 경기의 승부는 두 사람의 마음 맞추기에 달려 있다. 아무리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도 상대방과 마음을 맞추지 못하면 다리가 엉키게 되어 있다. 부부는 이인삼각 경기에 나선 선수와 같다. 마음을 합해 뛰지 않으면 목적지에 도달하기 어렵다. 한 사람이 넘어지면 다리가 묶인 나머지 한 사람도 넘어지게 되어 있다. 아내의 불행은 남편의 고통이요, 남편의 실패는 아내에게도 시련이 되는 것이다.
현실에서도 킹카와 퀸카 부부가 더 행복하게 사는 것은 아니다. 멋진 외모에 갖출 건 다 갖춘 남녀의 결합이 반드시 행복한 것도 아니다. 결혼이란 100점짜리와 100점짜리가 만나서 200점으로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혼이란 20점짜리와 30점짜리가 만나서 100점을 만들어 나가는 삶의 종합 예술이다.
한 대학 축제에서 미혼자를 위한 강연을 하다가 남학생들에게 이상적인 배우자상에 대해 물어보았다.
“우수한 학벌에, 얼굴 예쁘고, 좋은 가문에, 교양이 넘치고, 품위가 있으며, 긴 다리에, 에스라인의 쭉쭉빵빵한 몸매, 드세지 않은 순종적인 성품에, 낮에는 정숙하다가도, 밤에는 요부로 돌변하며, 심심할 때는 친구가 되어 주고, 힘들 때는 어머니처럼 감싸 안아 주며, 연인같고 누나같고 요리나 청소는 전문가 수준이고, 보석을 밝히지 않으며, 아프지도 않고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해도 지치지 않는 슈퍼우먼에다가…….”
그래서 한마디로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세상에 그렇게 완벽한 여인은 없다. 그냥 혼자 살아라!”
결혼은 불완전한 사람들을 위한 제도이다. 부족한 사람끼리 만나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완전한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결혼이다.
남자와 여자는 결혼 전까지 각자 써 온 단행본이 있다. 결혼은 이 두 권의 단행본을 조화시켜 하나의 합본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내 기준에 맞춰 상대가 써 온 단행본을 개정판이나 수정판으로 만들려고 한다면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길이 된다.
나는 변하지 않으면서 상대가 내 입맛에 맞게 변화해 주기를 바라니 문제가 된다. 바로 ‘바라는 배필’이다. 바라는 배필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 상대가 자기 요구를 다 들어 주고 자기 필요를 다 채워 주기를 바란다.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불평을 하고 갈등의 원인을 상대에게 덮어씌운다.
‘돕는 배칠’은 이타적이고 헌신적이다. 상대를 사랑하고 배려해 준다. 부족한 점을 채워 주고 보완해 준다.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않고 기꺼이 협력한다. “사랑한다”라는 동사 다음으로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동사는 “돕다”이다. 상대의 행복을 자신의 행복이라 여기고 그 속에서 보람을 찾는다. 나는 바라는 배필인가, 돕는 배필인가?
부부는 양쪽 모두 돕는 배필이 되어야 한다. 부부의 삶은 단식이 아니라 복식이다. 이인삼각 경기처럼 개인플레이가 아니라 팀플레이를 해야만 한다. 행복한 가정을 위해 부부는 환상의 복식조가 되어야 한다. 다시 시작하라! 더 깊은 사랑, 더 큰 행복, 더 나은 삶을 향하여! 그 길로 나아가는 여정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