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즉흥 동거, 덜컥 임신 그리고 샷건 매리지
[[제1517호] 2016년 8월 27일]
자녀의 혼전 동거가 바람직한 것인가? 장단점이 모두 있을 수 있다. 물론 진심으로 사랑하거나 결혼으로 가는 과정에 불가피한 사정으로 동거를 해야만 하는 경우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대부분의 동거는 즉흥적이라는 데 문제가 된다. 연애와 결혼이 별개이듯 데이트와 동거도 전혀 다르다. 동거가 너와 나, 두 사람의 문제만 가지고 사는 것이라면 결혼에는 그들의 가족이라는 울타리와 뿌리가 있다.
동거는 결혼관이나 상호 검증 등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겨를도 없이 시작하게 된다. 부모 형제 몰래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갈등이나 문제가 생겨도 주위에 터놓고 상담하기가 어렵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준비가 필요하다. 하물며 결혼이랴. 서로를 책임질 준비, 서로의 인생을 하나로 묶을 사전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혼전 성관계와 동거를 하게 된다. 이어서 임신으로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하게 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여자의 임신 탓에 어쩔 수 없이 하는 결혼을 두고 서양에서는 ‘샷건 메리지(shotgun marriage)’라고 한다. 여자의 아버지가 총으로 위협을 하니 떠밀려 마지못해 하는 결혼이다. 분명 준비된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건전한 데이트는 행복한 결혼을 위한 시계(始計)가 되어야 한다. 데이트는 서로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검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결혼은 두 사람이 차분히 밟아 가야 하는 계단이다. 훌쩍 뛰어넘어 동거부터 시작하다 ‘서로가 너무 다르면’ 그냥 헤어진다. 혼자가 된 이들은 어쩌면 이혼보다 더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가족과 친구에게 숨긴 동거라면 따듯한 위로도 받지 못하고 충격과 아픔을 혼자서 삭여야만 한다. 그러니 혼전 동거가 도덕적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보다, 이것이 내 인생에 플러스가 될까 마이너스가 될까를 먼저 따져 보아야 한다.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동거는 불장난이다. 뜨거운 불에 덴 화상의 상처만 남을 뿐이다. 진실된 사랑은 결혼 전 육체적 관계없이도 얼마든지 서로를 단단히 묶어줄 수 있다. 레드카펫이 깔린 대리석 계단이냐 벼랑의 낭떠러지냐의 결정은 다 자기가 알아서 결정해야 할 몫이다.
내일의 보다 큰 행복을 누리려는 사람은 오늘의 만족이나 쾌락을 유보시킬 줄을 안다. 절제력과 통제력을 가지고 시공을 분별할 줄 아는 것이 지혜이다.
모텔 앞에서 징징대는 남자는 평생 징징댈 확률 백 퍼센트다. 남자란, 접근해 올 때는 봄이지만 동거가 시작되면 싸늘한 겨울이다. 아니라고 생각되거든 과감히 버리고 새사람을 찾아라. 버리기 영 아깝다면 끝까지 버텨라. 진정한 당신의 짝이라면 분명 기다려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