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 혼수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제1520호] 2016년 9월 24일]
결혼식을 불과 3주 앞두고 혼수 때문에 파혼한 커플이 있다. 문제는 신혼집을 구하러 다니면서부터였다. ‘집을 싼 곳에 얻는 대신 결혼반지는 비싼 것으로 받고 싶다’며 조르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예물을 맞추러 간 자리에서 두 사람은 이럴 바엔 차라리 결혼을 그만두자며 크게 다투고 말았다. 결국 서로의 마음에 깊은 생채기를 남긴 채 파혼하고 말았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이제 아무 쓸모없어진 최고급 청첩장 1,000통 뿐이었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가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혼수와 화려한 결혼식 준비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준비가 결혼에 필요한 모든 것이라고 착각한다. 정말 중요한 준비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결혼을 맞이한다.
우리는 대학에 가기 위해, 취직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는가. 자격증이나 고시를 위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정작 인생에서 가장 중대한 결혼을 위해서는 준비하는 것이 없다.
휴대전화나 가전제품을 하나 바꿔도 사용설명서를 꼼꼼히 읽는다. 그런데 정작 인생의 가장 중대한 일인 결혼을 앞두고서는 배우는게 없다.
문제는 ‘준비 없는 결혼’이다. 다들 결혼식(Wedding)만 준비를 했지 결혼(marriage)은 준비하지 못한 것이다. 30분 예식을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비용과 투자를 한다. 그러나 평생 살아가며 필요한 지혜의 터득이나 마음의 준비에는 소홀히 한다.
행복한 미래를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준비는 결혼식이 아니다. 결혼생활 그 자체인 것이다.
결혼식을 포함한 모든 혼수는 사랑의 관계에 따라오는 부록일 뿐이다. 그런데 부록을 원본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니 문제이다.
호화로운 혼수가 행복한 부부 관계를 보장하지 못한다. 호화로운 혼수 속에서 혼수상태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파경을 맞는다. 격에 맞지 않는 혼수로 고통 받는 사람은 부모들이다. 자녀의 혼수 마련에 노후자금까지 축내는 것은 초라한 노년으로 진입하는 꼴이다. 초라한 노년으로의 초대장일 뿐이다. 빚을 내서까지 한다면 천덕꾸러기 되기를 자청하는 격이다. 호화로운 혼수 뒤에서 즐기는 사람은 혼수업자일 뿐이다.
예비신부가 혼수며 예단 때문에 갈등하며 눈물을 쏟는다. 혼수가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갈등의 빌미가 된다. ‘적당히 알아서 해오라’는 말에는 그 ‘적당히’ 뒤에 감춰진 의미를 몰라 혼란스럽고 스트레스가 된다.
남자라고 해서 혼수 부담에서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살림집을 마련해야 하는 남자 쪽에서도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땅의 혼수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진정한 혼수는 결혼식이 아닌 결혼의 준비이다. 비록 맨땅에서 시작해도 부부가 조화를 이루며 알뜰하게 이루어가는 축성에 보람이 있고 행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