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혼수품목 1호는 결혼면허증이다

[[제1521호]  2016년 10월  1일]

결혼식은 30분이면 끝나지만 결혼 생활은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한평생 이어진다. 혼수나 예단 문제로 생긴 갈등을 대충 봉합하고 치른 결혼은 끝내 파경과 이혼으로 끝나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 결혼 예단비로 10억 원을 건넨 뒤 5개월 만에 이혼소송을 제기한 부부가 있었다.

그 사연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도대체 어떤 결혼이기에 예단으로 그 엄청난 금액이 오고 갔을까. 호화 혼수와 화려한 결혼식이 행복한 결혼을 보장한다면 이 커플은 왜 5개월 만에 이혼하고 말았을까.

결혼 전 지나친 혼수와 예단 요구로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그런 경우 과감히 이별을 고려하는 것도, 아쉽지만 한 방법이다. 여자가 지나치게 요구하는 경우는 사치 성향이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남자가 그럴 경우는 대개 마마보이이다.

“결혼 전 시어머니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남편을 통해 계속 하나씩 요구하시는 거예요. 엄마 반지는 하나 해드려야 하지 않을까, 첫 결혼인데 우리 엄마가 밍크코트는 하나 받으셔야 하는 것 아닐까…. 갈수록 뭔가를 요구했어요. 그이를 조종해서 받고 싶은 예단을 전하신 거였죠.”

시어머니의 요구가 점점 늘어나며 갈등이 생기자 결혼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청첩장까지 다 보낸 상태에서 주위의 시선 때문에 그냥 결혼을 했다. 그러나 결국은 혼수 갈등이 원인이 되어 2년 만에 이혼을 하고 말았다. 결혼 생활에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미리 알지를 못했던 것이다.

결혼이 남녀가 단순히 교집합으로 만나는 것이라면 하드웨어의 결합에 불과하다. 거기에는 같이 살아가는 삶의 운용 소프트웨어가 필히 있어야 한다. 진정한 혼수는 사랑하는 사람을 기쁘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동거의 S/W인 것이다. 평생 동반자로 살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마음의 혼수, 정신적 혼수다.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결혼한다. 결혼은 100점짜리와 100점짜리가 만나서 200점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20점짜리와 30점짜리가 만나 100~200점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결혼은 부족하고 불완전한 사람들이 만나 행복을 향해 같이 나가는 과정이다.

인간의 행복을 돈의 가치로 환산하는 ‘행복경제학’이 있다. 이 분야의 선두 주자인 블랜치플라워 교수와 오스월드 교수는 ‘행복한 결혼생활의 가치는 일 년에 10만 불(1억1천만 원)의 가치를 창출한다’고 추산했다. 둘이 같이 살아서 이루어지는 효과가 이런데 행복해지기 위한 진짜 준비는 과연 하고 있는 것일까.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행운은 준비가 기회를 만날 때 생긴다”고 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은 진정으로 필요한 결혼 준비를 한 사람에게만 찾아온다.

준비 없는 결혼은 무면허 운전과 같다. 반드시 준비해야 할 혼수 품목 1호는 화려한 결혼식이 아닌 결혼 자격, ‘결혼 면허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