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나의 이름은 아버지이고 남편이었다
[[제1533호] 2017년 1월 7일]
전통적 가정문화에서는 친밀감 소속감이 가족 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가족들도 따로따로 하는 핵가족의 시대다.
그러나 이제는 핵가족 시대에서 일인가족 시대로 싱글족이 유행처럼 번졌다.
혼밥, 혼술이 대세다.
대형마트들은 일인용 패키지 코너를 마련했을 정도다.
끈끈한 연결고리가 풀려 버렸다.
자살대교라는 마포대교에 생명의 다리 조형물이 있다.
“당신!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야.”
“아들의 첫 영웅이고 딸의 첫사랑인 사람, 아내의 믿음이고 집안의 기둥인 사람, 당신은 아빠입니다”라는 메시지가 있다.
자기 이름이 아빠이고 남편인 것을 잊었다. 편향된 시각이 있다.
“나의 이름은 남자입니다.”
남자는 그래도 되는 줄로 착각했다.
식구들이모두 모여 기다려도 일이 있으면 늦어도 되는 줄 알았다.
아이 생일날은 기억하지 못해도 친구와 한 약속은 어김없이 지켜야 했다.
그것이 의리 있는 사나이인 줄 알았다.
가정의 소소한 즐거움보다는 직장과 조직에서의 성공을 더 중요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보니 “나의이름은 아버지였다.”
머리 한 번 쓰다듬어주길, 다정한 말 한 번 건네주길 바라는 아버지였다.
그리고 나의 이름은 남편이었다.
아내는 정성껏 만들어 준 음식을 함께 먹어주고밖에서 있었던 일을 소곤소곤 이야기해주길 바랐다.
나는 그런 남편이었어야 했다.
환갑을 앞둔 지금에서야 내 이름을 알았다.
내 이름은 ‘남편’이고 ‘아버지’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미 커서내 곁을 떠났고, 아내 역시 나보다는 친구들을 더 좋아한다.
좀 더 일찍 나의 이름을 알았더라면….
좀 더멋진 남편… 훌륭한 아빠가 되었을텐데….
내게 남은 것은 메아리와 같은 회환뿐이다.
남자들은 대부분 가정보다 일을 중요하게 여긴다.
목표지향적인 사람일수록 일이 삶의 전부이다.
일에 몰입되어 살다보니 하늘이 무슨 색인지 흐렸는지 맑았는지도 모르고 지냈다.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러니 가족도 아내도 보일 리 없었다. 자녀들도 아빠 보기가 힘들다.
그래서 “아빠, 바빠, 나빠”라고 한다. 한 초등학생의 글이다.
엄마는 나를 보살펴 줘서 좋다.
냉장고는 나에게 먹을 것을 주니까 좋다.
강아지는 나와 놀아줘서 좋다.
그런데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그저 재미로만 듣기엔 씁쓸함이 남는다.
냉장고나 강아지보다도 못한 것이 오늘날의 아버지상이다.
이것이 단순한 풍자가 아닌 현실인 것이다.
일에 쫒기는 동안 가족끼리 눈동자 맞추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어쩌다 눈이 마주쳐도 소 닭 보듯 한다.
부부라고 하지만 한 공간에 살 뿐 감정의 교감이 없다.
대화도 적다.
나의 이름은 아버지이고 남편이다. 지금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