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 은퇴남편과 갱년기 아내 ①

[[제1534호]  2017년 1월  14일]

은퇴와 더불어 가정불화가 시작되기도 한다.

‘회사인간’이었던 50대 남성들이 퇴직 후 가정 회귀병(兵)이 된다.
이 무렵 아내들은 폐경기에 접어든다.
은퇴 남편과 갱년기 아내의 심리적 특성을 서로 이해하지 못해 갈등이 된다.

부부사이가 나쁘면 은퇴와 더불어 관계가 악화된다.
그러나 사이가 좋으면 서로관계가 더 밀착진다.

먼저 은퇴 남편의 심리적 특성이 무엇일까?
평생 일이 전부였던 남편들은 은퇴하고 나면 삶의 의미가 송두리째 사라지는 공허감을 느낀다.
일종의 심리적인 공황기이다.

은퇴 후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기력이 쇠약해지거나 폭삭 늙기도 한다.
심지어는 일찍 숨을 거두기도 한다.

극심한 부부갈등으로 심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평생을 일 중심으로만 살아온 탓에 겪는 장년들의 시련이다.
성공을 향해 내달렸던 젊은 시절엔 아내도, 자녀들도, 친구도 보이지 않았다.
평생 밖으로만 돌다가 집에 들어앉으니, 허전하고 답답하고 쓸쓸하다.

평소 대화가 없던 아내가 고분고분 하지도 않다.
불쑥 커 버린 자식들은 낯설고 생경스럽기도 하다.

반면 은퇴 한 남편에겐 트라우마가 있다.
최선을 다해 살았고 성취도 했지만 현재는 그것들을 놓았다.

상실감과 소외감, 고독감, 단절감에 우울하다.
매일 나가던 일터가 없다는 것은 큰 상실감이다.
이 시기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부인에게 남편의 은퇴는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은퇴 후 퇴직금으로 스크린골프장을 시작한 사람이 있다.
다행히 잘됐다.
그러나 갱년기에 접어든 아내가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아내는 자신의 젊음이 사라진 것에 대한 상실감이 있다.

그런데 남편이 새 사업에 재미를 느끼고 여직원과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싫어진다.
의심까지 들어 바가지를 긁는 자신이 초라하게 생각되었다.
우울하고 눈물이 났다.
“나한테는 한 번도 웃어주지도 않던 저 인간이…”

갱년기엔 남편에 대한 원망이 생긴다. 남편이 괜히 얄밉다.
“난 이렇게 힘든데 저 인간은 팔팔 하네”란 생각이 든다.

자녀의 취업 문제 또한 엄마에게 굉장한 부담이다.
이만큼 키웠는데 자식들이 취업을 못한다면 자신이 무능한 것 같다.
그동안 자신이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자문하며 상실감을 느낀다.

남편은 이런 아내를 공감하지 못한다.
“당신 뭐 때문에 요새 입을 쭉 내밀고 있어? 도대체 뭐가 불만이야.”라고 툭툭 내뱉는다.

사태는 심각해진다. 억울하다. 분통이 터진다.
30년 동안 자식과 남편을 위해 살았는데 이런 대접을 받다니’

억울함의 깊은 수렁 속으로 빠진다.
이러면 우울증이 오고 우울증은 다시 육체적인 증상을 동반한다.
육체적 증상은 다시 정서적 갈등을 가져온다.

그래서 은퇴 이혼이라는 말이 있다.
은퇴는 서로에게 정서적 공감과 위로가 절실히 필요한 변곡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