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고향엔 가족이 있다
[[제1536호] 2017년 1월 28일]
명절이 되면 주부들은 병을 앓는다.
시댁에 가서 겪을 육체적ㆍ정신적 피로에 걱정이 앞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심하면 불안, 초조, 위장장애, 우울증까지 이어진다.
소위 말하는 명절증후군이다.
게다가 명절후유증으로 생기는 부부의 불화로 인해 명절이혼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우리 어릴 적 명절을 떠올리면 아련하게 묻어나는 추억이 있다.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는 기쁨이 있었고 맛난 음식 먹을 생각에 얼마나 기다렸던가?
요즈음 명절은 기대와 설렘보다 가족 간에 신경을 많이 써야만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도 이때다.
며느리뿐 아니라 ‘직장생활로 피곤해 하는 며느리 눈치 보랴 음식 준비 하랴’
시어머니도 마음이 무겁긴 마찬가지다.
즐거운 날이 괴로운 날이 되기도 하고, 해묵은 가족 간의 갈등이 표출되기도 한다.
비용 분담이나, 일 분담의 문제가 갈등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음식점에는 남자 주방장도 많건만 집에서는 왜 여자들만 요리를 해야 하는 것일까.
여자들도 더 이상 섬기는 일이 보람이 아니라 ‘왜 나만 고생해야 하느냐?’라며 억울해 한다.
명절이 모든 사람에게 설레고 행복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힘들고 괴로울 수 있다.
즐거운 설이 즐거운 명절(名節)이 아니다. 오히려 생명을 단축하는 명절(命切)이 될 수 있다.
시골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나는 힘들고 버거울 때면 그리워지는 곳.
생각하면 아련히 떠오르는 고향.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그 곳.
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위로가 되고 새 힘을 얻게 해줄 그 곳.
그곳이 바로 내 마음 속에 담긴 고향이다.
그래서 명절이 되면 사람들은 고향을 찾는다.
가족 간에는 때로는 소원하고 서운하면서도 애처로움과 연민이 뒤섞여 있다.
부쩍 늙고 기력이 쇠한 부모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복잡한 연민에 가슴 미어지기도 한다.
할아버지는 손자의 뛰노는 모습을 보며 핏줄에 엉겨 붙는 뜨거운 정을 느낀다.
직장 생활하랴 애들 키우랴 아등바등 사는 자녀들을 보면 그저 안쓰러워 마음이 짠하다.
이번 명절에는 주방 일을 분담해 보는 것도 좋겠다.
역할을 바꾸어 해보는 것도 행복의 마중물이 된다.
오전에는 시댁에서 오후에는 친정으로의 배려도 좋다.
명절은 함께 즐기는 축제다.
만나서 반갑고 행복한 설 명절이면 좋겠다.
들어주고 맞장구치면서 웃어보자. 그리고 정감 있게 던지는 말 한마디에 행복이 있다.
수고한 아내한테 “여보 힘들었지. 수고했다. 여보 사랑해”
이렇게 부드럽게 해주는 한마디가 위로이고 회복이다. 거기에 봉투라도 주면서….
부모, 처자식간 손잡고 마주 바라볼 수 있는 명절이 우리가 꿈꾸는 명절, 고향에서 맛보는 행복이다.
고향이 없는 자, 고향을 잃어버린 자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