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사랑과 행복은 배려이다

[[제1539호]  2017년 2월  25일]

은퇴 후 가정에서 할 일은 없고 소외되는 존재로 전락되는 느낌이 들 때 가장 우울하다고 한다. 여자는 직장 외에도 엄마, 아내, 딸, 며느리, 친구 등의 역할이 있다. 그러나 남자는 다르다. 많은 남자들은 직장과 직급을 자신과 동일시했다. 퇴직 후 텅 빈 사회적 공백을 채우지 못하고 은퇴 크레바스에 빠지기도 한다.

반면 은퇴한 남편을 뒷바라지하는 아내의 스트레스도 커질 수밖에 없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아내에게 남편의 은퇴가 행복한 것만이 아니다. ‘은퇴 남편 증후군(Retired Husband Syndrome)’을 앓게 되는 것이다. 집에 들어앉은 삼식이 남편들은 아내한테 딱 들러붙어 떨어지려고도 하지 않는다. 젖은 낙엽처럼 …. 거기에 잔소리까지 해댄다. 악역인 줄도 모른다. 여태까지 내가 먹여 살렸으니 이제 대접 받을 만하다고 생각해서일까? 그 스트레스 탓에 정신과 치료까지 받는 아내들이 있다. 아내들에겐 남편이 성가신 존재로 여겨지면 ‘내가 나쁜 아내인가’라는 죄책감까지 느낀다고 한다. 바로 아내들이 겪는 ‘악처콤플렉스’다.

몇십 년을 함께 산 부부라 해도 퇴직 후의 부부 관계는 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생활 패턴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생존 방정식은 버리고 새판을 짜는 ‘Game Changer’가 되어라.

그동안 남편은 돈 벌고 아내는 집안 일하는 패턴에 길들여져 있었다. 퇴직 후에는 그동안의 고정적인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편은 퇴직 후 ‘권위가 무시되지 않나?’ 하는 자격지심에 괜한 짜증을 내기도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그동안 열심히 일했고 은퇴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다’ 라고 이것을 자연스럽게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제 중심에서 벗어나 변방으로 왔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퇴직 후 어느 정도 가사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아내도 평생 젊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일본에는 각종 ‘은퇴 남편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여기에서 요리도 배우고 세탁기 돌리는 법도 배운다. “할아버지 방에서 부엌이 보인다”라는 책도 한때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였다. 부부 각자의 시간을 갖는 일도 중요하다. 흔히 남편들은 은퇴 후 아내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일이 전부였던 남편이 일에서 떠났다. 충격적 변화이다.

그러나 그동안 아내도 가족들을 위해 묵묵히 평생을 희생해 왔음을 인정해 주자. 남편이 퇴직 후 심리적 정신적 변화가 오는 것처럼 아내도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며 육체적 정서적 변화가 나타남을 알아야 아내를 더 이해할 수 있다. 연민의 정으로 서로 바라보고 의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를 충분히 공감해주는 ‘헤아림’에서 행복은 시작된다. 사랑과 행복은 헌신과 배려이다. 젊어서는 일을 챙겼다면 이제부터는 아내를 챙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