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 ‘껌딱지’ 남편한테 복수하는 방법
[[제1551호] 2017년 6월 3일]

부부란 행복한 족쇄로 짝지어진 엄청난 축복이다.

한평생을 같이 하는 동반자이다.
미운 정 고운 정으로 얽혀 교집합으로 살아간다.

가장 친밀한 사이지만 정이 없으면 남보다 훨씬 밉기 마련이다.
정들어 좋을 때는 송중기, 심은하 같다가도 정떨어지면 메뚜기나 멸치같아 보인다.

마냥 좋다가도 때로는 짐이 되고 미워질 때가 있다.
부부란 애증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살아가는 것이다.
모든 일에 부부가 함께 하지만 때로는 따로 하는 영역도 있어야 한다.

‘함께’ 또 ‘따로’의 삶이여야 한다는 말이다.
일본에 ‘은퇴남편 증후군’과 ‘주인 재택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있다.
은퇴한 남편들이 집에 있게 되므로 아내들이 겪게 되는 스트레스이고 화병이다.

남자들은 은퇴와 더불어 밖에서 집안으로 회귀한다.
즐거운 곳에서 날 오라 하는 곳이 없다. 내 쉴 곳은 오직 내 집뿐이다.
그리고 아내 표 집 밥이 좋고, 최고라고 한다.

그런데 아내 입장은 아니다.
안으로 들어온 남자와 달리 아내는 밖으로 나가고 싶다.
밖에서 친구도 만나고 해야 할 일도 있다. 아내는 나가고 남편은 집에서 기다려야 한다.

밤늦게 들어온 아내한테 기다리다 지쳐 큰소리쳤다가 찍혀 찬밥 신세가 되기도 한다.
그런 남편을 요새는 푼수라고 한다.

내 주위에 잉꼬부부로 살아온 훌륭한 커플이 있다.

남편은 의사이고 아내는 약사이다.
남편은 대형병원의 병원장까지 하고 은퇴를 했다.
병원장으로 일할 때야 전속 기사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운전할 줄을 모른다.
은퇴 후에도 의사면허증이 있어 의료관련 시설에서 계속 근무를 하고 있다. 반 은퇴인 셈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내가 출퇴근길을 전담해서 운전해주어야만 한다.
모든 일에 아내 의존적이다.

남편은 아내에게 젖은 낙엽 같은 존재이다.

나이가 들고 보니 아내도 남편 뒷바라지가 이제는 힘들고 버겁기만 하다.
그런데도 그 남편은 아내가 없으면 안 된다.
모든 것을 아내한테 의지하고 신뢰하며 살아온 부부이다.
이제 이혼할 수 있거나 떨어져 살 수도 없다.

어느 날 그 부인을 만났다.
남편이 여행을 떠나 며칠 동안 집에 없게 되니 신경 쓸 필요가 없고 홀가분하여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내가 웃으면서 입을 뗐다.
‘남편한테 복수하는 최고의 비법’이 있다는 것이다.
무엇일까? 궁금했다. 대답은 이것이었다.

“껌딱지 같은 남편에게 복수하는 최고의 방법은 아내가 먼저 빨리 죽어주는 것이다.”
남편 곁에서 사라짐으로 아내 없는 불편과 설움을 겪어보라는 것이다.

평생 아내 등골 빼먹고 힘들게 부려먹은 저 인간 불편하도록 하는 방법인 것이다.
그래서 부부란 평생 함께 가지만 각자 따로 하는 일과 시공간이 있어야만 한다.

아내들이여! 응답하라.

은퇴한 남편이 껌딱지인가?

진짜 영감이 곁에서 사라지기를 바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