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 싸우며 정든다
[[제1581호] 2018년 1월 27일]
갈등 없는 삶이란 없다. 결혼 생활 역시 갈등의 연속이다. 사랑한다고 갈등이 없는 것도 아니고 갈등한다고 사랑이 없는 것도 아니다. 부부갈등이 없는 곳이 있다. Solo로 살거나 독거노인으로 살면 부부갈등은 없다.
갈등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건강한 부부는 갈등을 통해 더욱 성숙한 관계로 나아간다. 그런가 하면 파경으로 가는 부부도 있다. 문제는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능력이다. 부부싸움도 잘하면 갈등을 해결하는 적극적인 대화의 한 방법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가끔 부부싸움을 전혀 하지 않고 살았다는 사람을 만나곤 한다. 물론 정말 금슬이 좋아서 싸우지 않는 부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개는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배우자의 말을 들어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남편이 사람들 앞에서 자랑을 했다. “저는 성이 ‘노’ 씨인데 모든 것을 ‘No, No’ 할 정도로 성격이 까다롭답니다. 하지만 결혼 35년이 다 되도록 한 번도 싸운 일이 없어요. 이만하면 행복한 부부 아닌가요?” 옆에 있던 아내가 말했다. “네, 부부싸움은 안했지요. 그러자니 내 속이 어땠겠어요? ‘숯검댕이’가 되었답니다.”
남편은 행복한 부부라고 자부하는데 아내는 속이 시커멓게 탔다는 것이다. 까칠한 성격 건드려 봤자 얻을 것도 없으니 그냥 참고 살았다는 것이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는 싸움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하며 무작정 참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하수구에 가스가 꽉 차면 기어코 폭발하는 날이 온다. 이런 부부는 가슴 속에 시한폭탄을 하나 안고 살아가는 것과 같다. 이 시한폭탄은 결국 폭발하게 되어있다. 황혼이혼으로 폭발하거나, 몹쓸 질병으로 폭발한다. 그것이 원인이 되어 어느 한쪽 배우자가 일찍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하수구의 가스를 조금씩 빼주어야 하듯이 쌓인 감정과 스트레스는 그때그때 털어버려야 한다. 부부 사이에는 위장된 평화보다는 싸우는 게 훨씬 더 낫다. 싸워 보지도 않고, 노력해 보지도 않고, 이혼이라는 파경으로 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에 비하면 부부싸움은 훨씬 건설적이고 희망적이다. 부부싸움을 잘하면 갈등을 해결할 뿐 아니라 더욱 친밀감을 회복하게 된다. 상대의 불만과 필요를 알게 되니 부부간의 이해와 사랑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된다. 싸우며 살아도 행복한 가정이 많다. 정말 심각한 것은 오히려 싸움이 없는 부부, 싸우고 싶지도 않은 부부, 싸울 수 없는 곰탱이 부부이다.
싸워라! 분통 터지는 일이 있으면 표현하고 싸워라. 싸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잘못 싸우는 것이 문제이다. 싸우되 원칙을 지키며 싸워라! 싸우되 지켜야 할 금도가 있다. 그 금도를 알고 싸워라. 싸우며 정든다.
진정 행복한 부부는 싸움이 없는 부부가 아니라 잘 싸울 줄 아는 현명한 부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