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 고향엔 가족이 있다

[[제1584호] 2018년 2월 17일]

명절이 되면 모두가 고향을 찾는다. 그리고 주부들은 ‘명절병’을 앓는다. 시댁에 가서 겪을 육체적ㆍ정신적 피로에 걱정이 앞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심하면 불안, 초조, 위장장애, 우울증까지 이어진다. 소위 말하는 명절증후군이다.

요즘엔 며느리뿐 아니라 자녀들도 진학과 취업, 결혼 등의 질문에 힘들어한다. 명절을 거듭하면서 이런 고통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업화 이후 개인주의 문화가 가족의 정을 약화시켰다. 자기중심적 개인주의가 전통적 가족 관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어릴 적 명절을 떠올리면 아련하게 묻어나는 추억이 있다. 뛰놀던 고향길이며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는 기쁨이 있었다.

하지만 요즈음 명절은 기대와 설렘보다 가족 간에 신경을 많이 써야만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도 이때다. 즐거운 날이 괴로운 날이 되기도 하고, 해묵은 가족 간의 갈등이 표출되기도 한다.

비용 분담, 일 분담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장보기와 차례 상 준비 등 요리는 주부들 몫이다. 음식점에는 남자 주방장도 많건만 집에서는 왜 여자들만 요리를 해야 하는 것일까. 여자들도 더 이상 섬김과 보람이 아니라, ‘왜 나만 고생해야 하는가?’ 라며 억울해 한다.

행동 빠른 일부는 휴가를 떠나기도 한다. 약삭빠르게 가짜 깁스를 하기도 한다. 연극에서 소품으로 쓰는 1~2만 원 가량의 가짜 깁스가 명절 전에 잘 팔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직장 생활로 피곤해 하는 며느리 눈치 보랴, 음식 준비하랴, 손님 맞으랴, 시어머니도 마음이 바쁘다.

그러나 세월이 변해도 고향은 변하지 않는 곳이다. 힘들고 버거울 때면 그리워지는 곳. 언제 찾아가도 따뜻한 위로와 치유를 주는 곳. 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새 힘을 얻게 해주는 곳. 그것이 바로 한국인의 마음속에 아련히 담긴 고향상이다.

낯선 타향에서 외롭게 경쟁하다 찾아가는 고향은 항상 정겹기만 하다. 잃어버린 삶터를 확인하고 가족 속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는 시간이다.

가족이란 가장 단순하면서도 복잡 미묘한 감정이 뒤얽힌 애증의 관계다. 때로는 소원하고 서운하면서도 애처로움과 가슴 아픈 연민이 뒤섞여 있는 게 가족이다.

이번 명절에는 일을 분담해보자. 형제간에 그리고 남자들도 요리와 설거지를 해보자. ‘Roll play’를 바꾸어 해보는 것도 변화이고 재미이다. 그것이 행복의 마중물이 되기도 한다.

일을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카르페디엠!’ 그러면 명절은 스트레스가 아니라 축제가 된다. 노동보다 함께 즐기는 축제이며 정과 사랑을 나누는 끈끈함이 있다.

수고한 아내한테 “여보 힘들었지. 수고했다. 여보 사랑해”

이렇게 부드럽게 해주는 한마디가 위로와 청량제가 되기도 한다. 부모, 처자식간 손잡고 바라볼 수 있는 명절이 우리가 꿈꾸는 명절, 고향에서 맛보는 행복이다. 향수병! 그리운 고향, 고향에 갈 수 없는 자, 고향을 잃어버린 자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