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 남편 용비어천가
[[제1591호] 2018년 4월 21일]

이상적 배우자상이 남녀 따라 시대 따라 다르다.

남자들은 보이는 외모가 중요하다. 시각이 발달하여 사랑이나 감정이 눈을 통하여 시작된다.

첫째 조건으로 첫눈에 반하는 예쁜 용모나 맵시를 꼽는 미인 밝힘증이 있다.

반면에 여자는 경제력이나 스펙이 중요하다. 외모가 그럴듯한 깡통보다는 학벌이나 재력 직업 등 내용물이 알차야 한다.

이상적인 최고 신랑감으로 송해 씨라는 농담이 있다.

이유인즉

1) 90세 넘어서까지 지방공연을 하며 돈을 벌어온다.

2) 주중에 2~3일씩은 집을 비워준다.

3) 각 지방 특산품을 매주 받아가지고 온다.

아내 모시고 살기가 참으로 힘든 세상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더욱 버겁다. 그래서 졸혼이라는 말이 생겼고 황혼이혼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내 아내가 나에게 아부성 칭찬 멘트를 했다.

“당신 최고야, 여자들이 원하는 남성상이 있는데 당신은 그런 조건에 모두모두 패스야.”

뚱딴지같은 소리에 어리둥절했다. 입에 침 발랐어? 그 조건이라는게 뭔데?

20대는 무엇보다 남자는 멋이 있어야 해. 송중기 같이 멋있는 남자가 최고지.

당신도 옛날에는 멋있었잖아.

30대는 괜찮은 직장이나 경제력이 있어야 해. 요즘같이 취업과 경제가 어려운때 더욱 중요한 조건이지. 거기에 ‘사’ 자가 붙은 신랑감이면 금상첨화지.

나는 ‘사’ 자가 없잖아..

아니야 당신은 확실히 ‘사’ 자야.

학사 석사 박사에 회사 사장까지 하니 온통 ‘사’ 자 투성이네…. 해석도 좋다.

40대는 자상하고 부드러워야 하고 50대는 건강하고 힘을 쓸 수 있어야 해. 60대는 집을 비워주는 사람이래. 70대는 연금이 나와야 하고 80~90대는 그저 살아만 있어줘도 고맙대.

늙어서는 남편이라도 있어야 말벗이 되고 무시당하지 않으며 의지가 되고 안정이 된다고,

그러니 당신은 모든 조건이 다 충족되고 패스야 패스.

오래 살다 보니 참 희안한 일도 있다. 중년 들어 억세지기 시작하여 그렇게 사납게까지 굴던 내 아내가 노년이 되니 제정신이 들었나 보다.

내 아내가 조금 철이 들어 그런가 아니면 개과천선하고 회심을 했나?

부드러워지고 남편 용비어천가까지 읊으니 말이다. 나는 늦게나마 개과천선한 그 아내가 좋다. 황혼 끝 날까지 영원한 한편이고 손잡고 걸을 수 있는 사람, 의지가 되며 한방에 자도 미투에 걸리지 않는 사람은 부부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