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 몸도 마음도 만져라
[[제1597호] 2018년 6월 2일]
사람은 온몸에 ‘접촉 수용체’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래서 피부를 자주 어루만져 주고 접촉을 해 주어야 면역세포가 활성화 된다. 육체적 접촉이 결핍된 아이들은 ‘마라스무스(Marasmus)’라는 특이한 병에 걸리게 된다. 접촉결핍증인 이 병은 어린 아이들이 특별한 원인 없이 시들어 가다가 죽음에 이르게 되는 무서운 병이다.
이 병을 발견한 르네 스피츠 박사는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는 국립병원의 원장이었다. 그는 병원에 수용된 아이들이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는데도 잘 자라지 못하고 시들시들 죽어가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멕시코로 휴양을 떠났다가 빈민촌의 고아원에 맡겨진 아이들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시설이나 영양 상태가 훨씬 뒤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자랐다. 스피츠 박사는 오랜 관찰 끝에 이 아이들이 날마다 찾아오는 자원봉사자들로부터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는다는 것을 알았다. 자원봉사자들이 늘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고 이야기를 들려 준 덕에 아이들은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갓 태어난 아기를 엄마로부터 떼어 내 분유만 먹이면 면역결핍증에 걸려 잘 자라지 못한다. 사람은 먹을 것만 주면 성장하는 단순한 유기체가 아니다. 사람은 접촉과 사랑을 먹고사는 존재다. 감성을 먹고 자라야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신체적 접촉은 생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사람은 사랑으로 성장한다. 부모와 신체적 접촉이 많은 아이들이 건강하고 두뇌도 더 좋다. 정서적으로도 훨씬 안정되어 있다. 캘리포니아의 임상의사 빌 존스는 가출 청소년의 90퍼센트 이상이 접촉 결핍증에 걸려 있다고 했다. 사느라고 바빠서 가족 간의 접촉이 결핍된 오늘날의 슬픈 풍경이다.
그래서인지 옛날에는 문제 청소년이 훨씬 적었다. 배가 아플 때 “엄마 손은 약손, 할머니 손은 약손!”이라고 하며 문질러주면 정말 신기하게 아픈 배가 나았다.
부부간에도 부부 자식 간에도 자주 안아주고 만져주는 일이 필요하다. 부부도 자꾸 만져 주어야 정서적인 만족감을 얻는다. 그런데 만지긴 만지되 어디를 어떻게 만져야 할까?
아내들은 어디를 만져 주는 것을 가장 좋아할까? 바로 ‘마음’이다. 아내들은 마음을 만져주는 것이 좋다. 그러나 남편들은 마음보다 몸을 만지는 것을 더 좋아한다.
“힘들었지?” “수고했어” “사랑해” “당신 참 예뻐” “고마워”
이런 말들이 바로 마음을 만져 주는 것이다.
만지는 것은 좋은 것이다. 만지는 사람이나 만져지는 사람이나 모두에게 좋은 것이다.
싫어하는 사람은 만지고 싶지 않다. 만진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다. 몸도 마음도 만지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