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 아버지의 편지 ①
[[제1614호]  2018년 10월  13일]

<아래 글은 오래 전 결혼한자녀의 결혼식장에서 필자가 하객들에게 감사인사를 하는 시간에 읽어준 글입니다결혼시즌을 앞두고 2회에 걸쳐 나누어 연재합니다.>

이 아름다운 계절 너희들의 결혼을 축하하고 축복한다.

결혼식장에서 긴장도 되고 가슴 설레겠구나.

 이제 믿음 안에서 한 가정을 이루는 너희들을 축복하면서 그 마음을 여기에 띄운다.

무언가 부족한 것 같고 늘 여리게만 생각해왔던 부모마음이기에 부모는 자식이 몇 살이 되어도 물가에 내 놓은 마음이란다.

사랑하는 OO 야.

네가 유학 중 힘들 때면 전화 줄에 매달려 기도를 부탁하면서

 “부모님의 ‘기도줄’이 워싱턴까지 닿아요”하며 울먹이던 고백이 생각이 나는 구나.

나의 기도와 사랑의 품속에 있던 분신 하나가 떨어져 나가는 아쉬움과 섭섭함이 있으나 또 한편 홀가분하고 시원한 것도 사실이다.

어엿한 날갯짓으로 정겹게 짝을 이루어 날아가려는 모습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한편 아련하기도 하다.

배우자는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다.

선물은 약점이나 허점이 있어도 그대로 받는 것이다.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자녀는 부모가 쏜 화살이라고 한다.

사람이 부모를 떠나 아내와 합하여 한 몸이 되는 것을 성서는 비밀이라고 한다.

이제부터는 부모의 품을 떠나라. 그리고 배우자의 몸에 안기는 것이다.

부부가 먼저 하나가 되어야만 부모에게도 효도가 되는 것이다.

정서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부모로부터 떠나라.

사람은 혼자일 때보다 둘일 때 더 아름답다.

거기에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사랑으로 만드는 조화는 더 더욱 아름답다.

결혼이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 내는 종합예술이다.

진정 사랑하기에 낭만의 열차 위를 달리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지지고 볶고 때때로 부딪치기도 하고 엉키기도 하며 사는 것이 부부란다.

갈등하고 정 힘들 땐 싸워라. 싸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잘못 싸우는 것이 문제다.

싸우되, 싸움의 정도를 지켜라. 오히려 싸움이 없는 부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잘 싸우면 가까워진다. 부부싸움에서는 져 주는 것이다. 지는 게 이기는 것이다.

결혼하는 두 사람은 모든 것이 다르다. 서로 맞는 게 없다.

태생의 기질이 다르고 지나온 가풍과 환경이 다르다.

거기에 남자와 여자의 다름이 있고 차이가 있다.

새 신발을 신어도 물집이 잡히고 생채기가 생긴다.

신발도 왼쪽과 오른쪽이 있듯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짝이 되고 보완이 된다.

그리고 다양성을 누릴 수 있다. 서로 다른 것은 다른 것일 뿐 틀린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것은 개성이고 차이이다.

그 이질성 때문에 때로는 힘들어 하지만 창의성과 다양성을 누릴 수 있는 엄청난 축복이다.

사랑한다고 갈등이 없는 것도 아니고 갈등한다고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