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 우리 집에는 달인이 있다
[[제1617호]  2018년 11월  3일]

여자는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그러나 지구촌의 아내들은 잔소리를 하는 달인들이다달인이란 어떤 일에 정통하거나 숙달하여 남달리 뛰어난 사람이다장인이란 어떤 직업에 전념하거나 한 가지 기술을 연마하여 그 일을 업으로 삼고 그 분야에 최고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다장인과 달인은 다르다이 두 단어에 정신이란 말을 붙여보면 차이가 분명해 진다. ‘장인정신이란 말은 있어도 달인정신이란 말은 없다.

어떤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다 보면 그 분야에 달인이 된다달인이 열정을 쏟으며 마음과 혼을 불어 넣어 자기의 업을 예술적 경지까지 끌어올리게 될 때 장인이나 명장이 되는 것이다생활의 달인들을 보면 자기가 하는 일에 목숨을 걸듯이 한다한 우물만 파다 진기명기 쇼에 가까운 그 부문 일인자들이 되는 것이다별별 부문에 장인들이 있다키스장인까지도 있다고 한다음식 만드는 장인도 종류별로 다양하다그래서 장인은 일하는 사람들의 모델이요이상적 모습이기도 하다누구나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집에는 장인도 있고 달인도 있다나는 혼밥 끼니때 냉장고에서 꺼내봐야 달랑 김치깍두기정도 뿐이다그러나 아내가 식탁을 차리면 어디서 나오는지 대여섯 가지 음식이 줄줄이 나온다내 아내는 즉석밥상을 차리는데 우수한 달인이다난 정리정돈을 잘 못한다흩뜨려 놓는데 은사가 있는 사람이다그래서 끊임없이 아내의 잔소리를 들어야한다그러나 나는 설거지 하나는 달인이 되어있다꾸중과 잔소리를 통해 훈련된 도제식 달인이다.

내 아내는 오랫동안 교도소에서 가르치는 봉사를 하고 있다교정위원으로 교도소를 35년째 들락거리고 있다최장기수이기도 하다그것이 일상이 되다보니 수인들을 다루고 가르치며 교화시키는 일에 달인이다내 아내는 말하거나 강의하는데도 나보다 탁월하다.

그런데 특별히 나한테 끊임없이 잔소리 해대는 일이 탁월하고 그것이 즐거움이요 취미다들어보면 모두가 쓸데없는 소리다잔소리 등급이 달인의 경지를 넘어 장인급 잔소리다나를 만난 후 부터 시작된 후천적인 것이다이제는 습관화된 잔소리가 일상이 되었다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빈도가 심해진다그 품에서 계속되는 잔소리를 들으며 연명한다는 것은 나로서는 고통이요 여간 힘든 일이다.

그런데 신기하고 희한한 것은 그런 아내의 꾸중이나 잔소리를 듣는데 나는 이골이 났고 달인이 되었다는 것이다잔소리해대는 달인 아내에잔소리 잘 듣는 달인남편이다나는 오늘도 그 잔소리를 들으며 마음 비우고 웃는다그리고 아내를 깍듯이 모시고 시중들며 족쇄에 메인 채 행복해 한다힘이 있으니 잔소리 하지 잔소리할 힘마저 없다면 얼마나 처량할까?

그래도 웬수같은 아내 잔소리 들을 수 있을 때가 좋은 때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