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 결혼 전 장점이 결혼 후 단점으로 | |
[[제1625호] 2019년 1월 5일] | |
부부사랑이 일상이 되고 습관화되면 원색적인 사랑의 정서는 퇴색한다. 에로스 사랑의 유효기간은 어림잡아 1000일도 안 된다. ‘딩동’ 초인종소리. 아내가 문을 열어주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텔레비전 앞에 앉는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뭐 기분 나쁜 일은 없었는지, 남편의 안부 따윈 안중에도 없이 드라마에만 빠져있다. “여보, 저녁은 언제 줄 거요?” 드라마에 빠진 아내는 남편의 말을 듣지 못한다. 부아가 치민 남편이 언성을 높인다. “밥 달라니까!” 그제야 아내는 어슬렁어슬렁 주방으로 간다. 전기밥솥에서 밥을 퍼 식탁에 올려놓고 냉장고에서 반찬통을 꺼내 되는 대로 늘어놓고는 다시 텔레비전 앞에 가서 앉는다. 아내는 그때까지 남편에게 단 한마디도 건네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부부가 특별히 금실이 나쁜 것도 아니다. 남편은 식탁에 혼자 앉아 외롭게 저녁을 먹는다. 그러면서 이런 상상을 해 본다. “내가 어쩌다 저런 곰 같은 여자와 살게 되었나. 좀 애교 있고 상냥한 여자와 살아봤으면…….” 이 남편은 ‘곰 아내’의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 마음에 들어 결혼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결혼을 하고 보니 조용함이 지나쳐 집 안은 적막강산처럼 썰렁하기만 하다. 결혼 전에는 장점으로 보이던 아내의 성격이 막상 결혼 생활에서는 단점으로 변한 것이다. 아내의 입장에서 보면 결혼 후에 변하는 건 남편들도 마찬가지이다. 남자답고 씩씩한 성격에 반해 결혼했더니 툭하면 버럭 하고 싸움을 벌여 문제를 일으킨다는 남편. 어디 그뿐이랴. 연애할 때는 값비싼 선물을 턱턱 사주는 대범함에 반했으나, 그런 남편 덕에 카드 값에 치여 산다는 아내. 반대로 알뜰하고 검소한 성격이 좋아 결혼했더니 콩나물 값까지 따져 주는 인색함에 완전히 질려 버렸다는 아내까지. 연애할 때는 아내도 운전하는 내 모습이 터프해서 좋다고 했다. 하지만 결혼 후에는 조수석에 앉는 것이 불안하다고, 옆에 귀부인이 탔다고 제발 운전 좀 점잖게 하라고 성화를 부린다. 같이 차를 타고 가다가 싸운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이렇게 결혼 전의 장점은 대부분 단점으로 변한다. 왜 그럴까? 그것은 사랑의 환상이 깨지면서 배우자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변했기 때문이다. 배우자가 변한 것이 아니라 바로 내가 변한 것이다. 장점과 단점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똑같은 일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좋게 보이기도 하고 나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니 배우자의 단점 때문에 견딜 수가 없다고 느껴질 땐 돌이켜보자. 처음에 나는 바로 그 점 때문에 그 사람을 열렬히 사랑했던 것이다. 변한 것은 나이다. 첫눈에 필이 꽂혔을 때 얼마나 애면글면 했던가. 그렇게 애걸복걸 하던 내가 지금은 아니다. 그래도 사랑이 습관화 되고 일상이 된 자리에 신뢰가 있으니 천만다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