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춘기 자녀, 갱년기 아내 그리고 나

북한에서 남한으로 못 쳐들어오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사춘기 아이들이 워낙 무서워서라고 한다. 사춘기 아이들은 화를 잘 내고 입 다물고 삐지기를 잘한다.

사춘기와 갱년기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사춘기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이 모인 자리에서 종종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결혼하는 나이가 늦어지다 보니 자녀가 사춘기에 접어드는 시기에 엄마가 갱년기를 맞는 경우가 많다. 사춘기와 갱년기가 겹치면 집안 분위기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아슬아슬해진다. 사춘기도 갱년기도 호르몬의 작용이라 의지로 다스리기가 쉽지 않다. 오죽하면 사춘기와 갱년기의 전쟁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바로 10/40 Crisis이다.

갱년기와 은퇴남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내의 갱년기와 남편의 은퇴가 겹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아마도 이때가 결혼생활을 통틀어 가장 위험한 시기일 수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지금의 50대는 ‘낀 세대’다. 위로는 부모를 모시고, 아래로는 자녀들을 돌봐야 하는 이중책임을 안고 있다. 가난 속에서 태어나 열심히 일하며 가정경제를 책임져왔지만 은퇴 후엔 누구보다 외로운 존재가 된다. 평소 대화가 없던 아내는 고분고분하지 않다 불쑥 커버린 자식들은 낯설고 서먹서먹 하기만 하다.

일 중심으로 살아온 사람일수록 은퇴 후 큰 장애를 겪는다. 직장과 사회적 지위를 잃어버린 후 극심한 심리적 불안감을 갖게 된다. 일종의 심리적인 공황기를 겪는 것이다. ‘일 놓자 숨 놓는다.’는 말이 있다. 은퇴 후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건강이 악화되는 사람이 많다. 소위 은퇴남편증후군(RHS. Retired Husband Syndrome)이라는 병을 앓는 것이다.

한편, 폐경기에 접어든 아내는 젊음이 사라진 것에 대한 상실감을 겪는다. 건강도 얼굴도 옛날의 내가 아니다. ‘난 이렇게 온몸이 아픈데, 저 인간은 팔팔하네.’

괜히 남편을 원망하게 된다. 자녀의 진학이나 취업 문제 또한 엄마에게는 굉장한 부담이다. 온 힘을 다해 키웠는데 자식들이 원하는 대학에 못 가거나 취업을 못하면 자신의 탓인 것만 같다. 설령 대학 진학과 취업에 성공했다 해도 부모의 품을 벗어나 독립된 삶을 살기 시작하면 그것대로 또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평생 공들여 키웠더니 뒤도 안 돌아보고 날아가버린다. 새끼 새를 바라보는 어미새처럼 쓸쓸해진다. 빈 둥지를 보면서 허탈감에 빠진다. 눈물을 흘리고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이처럼 큰 고통을 겪을 때, 남편과 아내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이해와 위로는커녕 각자의 고통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 쉽다.

갈등이 생겼을 때 한쪽이라도 이성과 의지를 갖고 노력하면 해결할 가능성이 생긴다. 그런데 은퇴남편과 갱년기 아내는 대체로 상대방을 배려할 여유가 없다. 저마다 자기가 제일 힘들고 제일 억울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다 보면 파국은 시간문제다.

20여년 전부터 일본에서는 소위 은퇴이혼이 급증하기도 했다. 직장에서 일 놓고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아내로부터 이혼을 당하는 것이다.

하루 아침에 직장이나 가정에서 쫓겨나는 초라한 노년이 되는 것이다.

이혼은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은퇴 전 가정관리를 해야만 한다. 아내가 원하는 것은 돈이나 육체적인 것보다는 정서적 공감이고 마음이다. 자상하고 배려해주는 남자, 따뜻하고 부드럽고 공감해주는 남자, 다정다강한 남자가 존중받는 세상이다.

– 두상달 장로

(사) 가정문화원 이사장
칠성산업(주) 대표이사
(주)디케이 대표이사
(사)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 회장 및 이사장
중동선교회 이사장 및 명예이사장
(전)사단법인 한국기아대책기구 이사장
(전)기독실업인회 중앙회장 및 명예회장
한국직장선교회, YFC 이사장
국내 1호 부부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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