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소리 추방 대책 위원장
(사)가정문화원
원장 김 영 숙
나는 내가 그렇게 잔소리를 많이 하는 줄 몰랐다.
어느 아침이었다. 일어나자마자 발치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남편의 양말을 보고 “여보, 양말 좀 빨래 통에 갖다 넣어요.” 남편이 나를 보더니 “당신 눈 떴어?” 하고 짓꿎게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오, 정말 내가 눈을 뜨자마자 남편에게 잔소리를 시작했나보다.
“눈만 뜨면 잔소리야?” 라고 꽥 소리 지를 수도 있는데 “당신 눈 떴어?”하고 슬쩍 짓꿎게 말하니 웃음이 터졌던 거다. 아내의 잔소리에 대처 하는 남편의 단수가 높아졌다.
그러고 보니 계속 남편을 가르치고 훈련해서 정리 정돈이 습관이 되게 하려고 그랬던 거 같다.
내 남편은 어질러놓는 명수다. 가히 달인 급이다.
깔끔하게 청소한 목욕탕에도 들어가자마자 온통 물세례를 퍼 붓고 나온다.
우리 집에는 모든 물건이 다 바닥에 깔려 있거나 치 쌓여 있다. 신문보고 일어선 자리에도 낱장으로 마루에 흐트러져 있다. 식탁 의자 5개에도 의자마다 다 옷이 걸려 있다. 문고리에도 걸고 문 위에도 건다. 치워 놔도 그 때 뿐이다. 그러니 내가 잔소리를 안 할 수 없다. 잔소리 한다고 좋아지지도 않는데 말이다.
한번은 성경을 읽는데 “소가 없으면 구유는 깨끗하려니와 소로 인하여 얻는 것도 많으니라.(잠언 14:4)”하는 그 말씀이 마음에 울림이 되었다. 그래, 남편이 없으면 집안도 깔끔하고 깨끗하겠지. 그러나 남편 때문에 얻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그 때문에 죽고 사는 것도 아닌데 이젠 하지 말아야지 하고 결심했다. 그런데도 잘 안된다.
아내의 잔소리에 질렸을 내 남편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남편은 자기가 우리 집에서 “잔소리 추방 대책 위원장”이란다.
잔소리는 누구나 싫어한다. 자녀들도 물론이다. 그런데 부모라는 이유로 가르쳐야 한다는 마음으로 무엇인가 끊임없이 교훈하고 잔소리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잔소리를 귀 막고 잘 듣지 않는다. 대신 아이들과도 소통을 하는 것이 좋다. 재미있던 일이나 속상했던 일, 친구 이야기 등 느낌을 나누고 감정을 어루 만져주는 말을 하는 것 말이다. 잔소리는 마음속에 반감만 일으킬 뿐이다. 나도 잔소리를 들으면 속으로 삐죽거린다. 그러니 말해 무엇 하랴.
지금은 회원 한사람 없는 자칭 “잔소리 추방 대책 위원장”이다. 하지만 회원 모집을 하면 아내의 잔소리에 질린 남편 가입자가 수도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잔소리에 관한 연구발표가 있다. 아내로부터 잔소리를 들은 남편이 그렇지 않은 남편보다 장수한다는 것이다. 아내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머리를 굴려야 하고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 두뇌 회전을 해야만 한다. 그것이 항상 자극과 긴장이 되어 치매가 늦게 오고 장수한다는 것이다. 그래 나는 오늘도 변함없이 잔소리 추방위원장인 내 남편한테 잔소리를 한다. 내 남편을 사랑하니까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도록….
– 김영숙
(사) 가정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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